앵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미국 조지아대학교의 박한식 석좌교수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미북관계 개선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박한식 교수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박한식 석좌교수는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회견에서 지난 14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그의 방북 관련 문제를 논의했지만 아직 결론이 난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박한식 석좌교수: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가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또 방북을 위해선 미국과 북한 정부에서 어떤 전제 조건이 있는지 광범위하게 토론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이 앞으로 방북하게 된다면 북한의 최고 책임자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일대일로 만나서 미북 관계 개선과 관련해 실질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도 미국과 북한 정부의 동의하에 이러한 준비가 다 돼야 방북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박한식 석좌교수: (카터 전 대통령은) 미북 간에 좀 더 깊고 넓은 차원에서 관계를 논하고 앞으로 관계개선 등에 대해 카터 전 대통령 자신이 공헌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북한에 갈 것입니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 측 입장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의 석방보다는 미북 간 대화 재개의 단초가 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측면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과거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했을 당시에는 미국의 여기자 2명의 석방이 주목적이었지만 카터 전 대통령의 경우는 그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 측의 초청장을 받은 상태라면서 이는 북한이 묵시적으로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하면 배 씨는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미국 정부는 배 씨에 대한 사면을 정식으로 북한 당국에 요청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주권국가인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정식으로 사면 요청을 하면 최고 책임자가 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배 씨를 석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다고 말해도 미국의 전직 대통령은 민간인이 아닌 공인이라면서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이 그의 방북 문제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황으로 안다면서 미국과 북한 정부 사이에 대화가 열리기 힘든 현 상황에서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미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박한식 석좌교수: 미국도 북한과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미국이 미북 평화협정을 위해 북한 측에서 무엇을 선행해야 하는지 북한 측에 분명히 얘기할 것이고 북한에서는 그걸 수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그런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대화는 미국과 북한 정부 간에 하면 더 바람직하겠지만 현재 그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카터 전 대통령이 이런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그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를 소홀하거나 간단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곤란하고 신중을 기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박 교수는 남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한 것을 크게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제안한 DMZ 평화공원 문제는 미국과 유엔사령부까지 관련이 있어 조금 복잡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