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측이 7월 4일부터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자고 남측에 제안했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북측이 평화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 국방위원회가 30일 남측을 상대로 내놓은 이른바 ‘특별제안’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7월 4일부터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인천 아시안게임 등 남북간 교류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미 군사훈련을 취소하며, 상호 비방과 심리전을 중단하자는 겁니다.
일견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안처럼 보이지만, 남측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북측은 “핵 억제력을 걸고들지 말라”며 핵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이번에도 재차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특별 제안’에는 새로운 내용도 없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지난 1월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나온 ‘중대 제안’과 내용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북측이 하필 지금 이른바 ‘특별제안’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수의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일정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시 주석은 7월 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을 국빈 방문합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자신들이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메시지의 성격이 있고, 이와함께 특히 핵 문제와 같은 자신들의 문제를 한국과 중국이 일방적으로 논의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던지는 의미가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다뤄질 것이고 남측은 ‘특별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북측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장용석 박사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추정합니다.
그럼에도 북측이 이렇게 ‘특별제안’을 한 데에는 어떤 의도가 있을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난 1월 국방위원회가 ‘중대제안’을 내놓았을 때와 비슷한 수순이 펼쳐질 가능성을 북측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추정합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1월에도 북측은 상호 비방과 중상을 중단하자는 평화공세를 펼치며 한미 군사훈련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면서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1월엔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와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연관시켰다면, 이번엔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와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관련짓고 있는 것 같다는 설명입니다.
김 교수는 이번 제안을 남측이 거부할 경우 북측은 지난 상반기에 그랬던 것처럼 8월 중순 시작될 예정인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도발적 행동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남측 정부는 이날 북측의 ‘특별 제안’에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관련부처 간 검토를 거쳐 1일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