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휴대전화를 또다른 통제수단으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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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용자가 많아지면 정보 유통이 활성화돼 사회적 변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죠. 그런데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휴대전화를 통제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의 운영체제 프로그램을 갱신한 이후 휴대전화가 주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이 됐다고 넷 크레친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 사무차장이 20일 밝혔습니다.

북측이 개발한 이 운영체제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휴대전화에 있는 각종 파일이나 정보를 북한 당국이 빼가거나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고 크레친 사무차장은 말합니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각 개인의 휴대전화에 ‘스파이웨어’를 설치한 셈입니다. ‘스파이웨어’는 타인의 통신기기에 몰래 들어가 정보를 빼가는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북한의 휴대전화 운영체제 프로그램을 분석한 크레친 사무차장은 이날 국민통일방송이 서울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새롭게 도입된 고도의 검열과 감시 도구들이 드라마나 영화 등 외부 정보의 확산을 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넷 크레친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 사무차장: 주민들을 고립시키는 것에 전념하는 북한 당국이 왜 휴대전화를 보급했는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휴대전화를 보급해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 겁니다.

크레친 사무차장은 “휴대전화에 설치된 북한의 운영체제 프로그램은 당국이 허가하지 않은 각종 프로그램이나 영상, 파일 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에 삽입한 소형 저장장치(SD카드)에 ‘불온’한 내용의 파일이 담겨 있을 경우 이를 자동 삭제할 수 있다는 겁니다. 크레친 사무차장은 “자동 검열 기능이 정교해 전문가들도 이를 무력화 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검열 당국이 휴대전화를 활용해 주민들을 직접 감시할 수도 있습니다. 휴대전화 운영체제 프로그램에 ‘화면 얻기’, 즉 캡쳐 기능이 있어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무엇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크레친 사무차장은 “북측은 인터넷 확산을 염두에 두고 있어 이런 운영체제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 당국은 앞으로 모든 정보통신 기기에 이 같은 통제 방법을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 내 휴대전화의 역할에는 여전히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크레친 사무차장은 지적합니다. “휴대전화는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큰 잠재력이 있다”는 겁니다. 휴대전화를 통한 주민들의 소통이 확대되면 “비공식적인 민간 집단”이 북한에도 생겨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넷 크레친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 사무차장은 정보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자와 북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해 정보매체와 북한 주민 간의 관계를 분석한 서적을 펴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