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통제 위해 아동 문화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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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정치적으로 쓸모있는 시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동화 등 어린이 문화와 예술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는 오스트랄리아 학자의 주장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일성 주석이 직접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북한 그림책 '날개달린 룡마'의 표지. (사진제공: 크리스토퍼 리처드슨 씨)
김일성 주석이 직접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북한 그림책 '날개달린 룡마'의 표지. (사진제공: 크리스토퍼 리처드슨 씨) (사진제공: 크리스토퍼 리처드슨 씨)

오스트랄리아 시드니 대학의 크리스토퍼 리처드슨 씨는 지난달 북한 어린이용 게임, 만화, 동화 70여 편 등을 분석해 북한이 주민의 사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예술, 교육, 놀이 등 어린이 문화를 통제하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Childhood Policies and Practices in the DPRK: A Challenge to Korean Unification)을 발표했습니다.

리처드슨 씨는 3년 반에 걸친 박사 논문을 위한 연구를 통해 북한이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전체주의적인 어린이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리처드슨 씨 : 북한은 유치원 어린이들마저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한국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망가뜨리는 놀이를 합니다. 서방 세계 어린이도 난폭한 게임을 하지만 북한은 당국이 나서서 이 같은 놀이를 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에 차이가 있습니다.

리처드슨 씨는 북한 당국은 비 정치적이어야 할 어린이의 인성 교육을 위한 문화와 예술까지도 이른바 김 씨 일가에 충성하는 ‘혁명화 교육’에 동원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밝힐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처드슨 씨는 대형 스키장과 수영장 등 어린이 위락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서 조차도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다름없이 어린이의 사상 통제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모든 어린이용 문화와 예술에는 반미, 반한, 반일 감정을 조장하는 부분이 반드시 포함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리처드슨 씨: 미래의 모델은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김정은의) 생각이 드러납니다. 김정은 시대에도 '항일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 등이 어린이의 사상 교육 자료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리처드슨 씨는 340여 쪽에 달하는 이번 논문에서 김정은이 어린이를 위한 시설 건설 등에 나서는 것은 어린이의 환심을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대기근 이후 북한의 공공배급체제가 끊긴 이후 태어난 현재의 10대와 20대 청소년은 김 씨 일가에 대한 충성심이 과거 세대와는 다르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