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는 ‘제2의 연형묵’ 신세?

0:00 / 0:00

앵커: 요즘 북한 최고 권력의 2인자에 오른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몇 년 전 사망한 연형묵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처럼 비서들의 밀착 감시를 받는 '허수아비'라는 이야기가 일부 간부층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서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하는 등 김정은 체제에서 실세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북한 간부층에서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과거 실권이 없었던 연형묵과 비교하며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한 북한 소식통이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중국에서 연락이 닿은 이 소식통은 "최룡해가 최고 지위에 올라 마치 북한에서 실권자라는 일부 시각이 있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면서 "평양의 믿을만한 사람으로부터 최룡해가 문서를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평양의 웬만한 간부들은 최룡해를 두고 연형묵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돈다"면서 "연형묵은 자강도당 책임비서를 마치고 평양에 올라와 그야말로 비서들의 감시 속에 허수아비 삶을 살았다"고 2005년에 사망한 그의 삶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연형묵은 일정표를 짜주는 담당 비서의 승인 없이는 주변의 어떤 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면서 "오죽했으면 혁명화시기에 도와준 지인이 찾아가자 비서의 눈치를 보며 애써 모르는 체 했겠는가?"고 말했습니다.

연형묵이 한 기계공장에서 약 2년간 혁명화를 할 때 도움을 준 지인이 훗날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연형묵을 실세로 알고 찾아갔지만 냉대를 받았다는 설명입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에서 지위가 올라간다고 해서 실세가 되는 게 아니라 그 실세를 뒤에서 감시하고 간부사업을 하는 조직지도부가 가장 높은 실세"라며 지금 최룡해 총정치국장도 그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연형묵에 대해 잘 아는 다른 고위층 탈북자도 "식량난 때 자강도당 책임비서를 하던 연형묵의 인기가 오르자, 김정일은 그를 다시 평양에 복귀시켜 실권도 없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앉혔다"면서 "연형묵은 자기 인기 때문에 오히려 말년을 쓸쓸하게 보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형묵은 1989년부터 3년간 북한 총리를 지냈으나, 경제개혁을 둘러싸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불만을 사 자강도당 책임비서로 좌천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평양에 다시 소환되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다가 2005년 10월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이러한 연형묵의 과거가 다시 조명되면서 북한의 일부 간부층에서는 "최룡해도 혁명화를 겪어서 이미 팔다리가 다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고, "하도 아첨끼가 많아 (김정은이) 써먹고 있다"는 비난이 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장성택 처형으로 내부 불안정국을 안고 있는 김정은 체제는 최고 간부층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기 위해 노동당 조직지도부 일보체계와 국가안전보위부 통보체계를 통해 고위층 간부들을 밀착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