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국무장관 방한 Q&A]

이번에는 박성우 기자와 함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한국 방문에 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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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클린턴 국무장관의 한국 방문, 그 의미를 한국에서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요?

박성우:

네. 클린턴 장관이 도착해서 20일 밤 중국으로 떠나기까지 한국에서 머무는 시간은 20시간 남짓입니다. 길지 않지요. 하지만, 일정은 빡빡합니다. 외무장관 회담과 기자회견, 이명박 대통령 예방과 오찬, 또 한승수 국무총리 예방, 이화여대에서 여성 지도자 간담회, 그리고 언론 인터뷰 등의 일정을 바쁘게 소화해야 합니다. 첫 방문이고 머무는 시간이 짧아서, 몇 가지 현안을 의제로 정해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놓고 폭넓은 대화를 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는 게 한국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입니다.

이번 클린턴 장관의 방한이 주목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한미동맹 발전 방안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같은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번 클린턴 장관의 한국 방문은 북한 문제를 놓고 앞으로 한국의 이명박 정부와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첫 번째 고위급 당국자 간 협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 이번 방한을 기해서 북한 특사로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 대사를 내정했다는 점을 클린턴 장관이 공식 발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한을 기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왜냐면 미국은 아직 차관보급 인사 청문회가 끝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클린턴 장관은 아직 한반도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고위급 당국자를 인선하는 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완전히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한국을 찾았기 때문에, 클린턴 장관은 북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또 주한미군 기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하는데요. 여기서 최근 북한군의 동향을 포함해서 한미 양국의 군사 현안에 관해 보고를 받게 됩니다. 눈으로 직접 한반도 상황을 보고 듣는 것이죠. 클린턴 장관이 워싱턴에 돌아가서 미국의 대북 정책을 확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경험이 생기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클린턴 장관이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북한에 대한 발언을 많이 했는데 한국에서도 그렇겠지요?

박성우:

네, 그렇습니다. 일본에서 한 발언을 보더라도, 북한의 핵 폐기와 미북관계 정상화를 이야기했지요. 그리고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90년대 미국의 대북 정책과 원칙적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데로,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은 점검 상태에 있습니다. 확정이 안 됐다는 말이고요. 그래서 클린턴 장관은 이번 한국 방문을 하면서도 큰 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원칙적인 발언을 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마라'든지, '6자회담을 재개하고 검증 의정서를 받아들이라'든지, 이런 발언들은 일본이나 인도네시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되풀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클린턴 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6자회담 의제로 삼겠다는 발언을 했던데요?

박성우:

네, 일본에서 요미우리 신문이 17일에 클린턴 장관과 인터뷰를 해서 18일자로 보도했는데요. 하지만, 클린턴 장관이 한 말을 보면 "의제로 삼겠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건 아닙니다.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 문제와 북한의 미사일 문제 등을 6자회담에서 "언급"할 수 있다는 맥락으로 발언했기 때문에, 아직은 미사일 문제를 6자회담 의제로 삼는 게 미국의 방침이라고 해석하기엔 좀 이른 감이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지적입니다.

하지만, 6자회담을 하면서 일본과 북한은 이미 납치자 문제를 사실상 의제로 삼고 있거든요. 이런 전례를 볼 때, 6자회담 틀 내에서 미사일 문제가 공식 의제가 되던지, 아니면 양자 간 의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힐러리 클린턴 장관의 한국 방문에 대해서 북한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

박성우:

네, 아직 공식적인 반응은 없습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높이면서, 클린턴 장관이 북한과 관련해 내놓는 발언들을 주의 깊게 분석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총참모부 대변인을 통해서 19일 다시 한 번 대남 강경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남북한은 "전면 대결태세에 진입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덧붙여서 북한의 평양방송은 남북관계 악화로 서해 상을 포함한 남북 간 대치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발언들은 18일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연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을 오는 9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다고 북한에 통보한 다음에 나온 것입니다. 또 클린턴 장관의 방한 시점에 맞춰서 북한이 이렇게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강경 발언을 대남용임과 동시에 대미용, 그리고 대외 긴장을 조성해서 북한 사회 내부를 단속하려는 내부용, 이렇게 다목적 포석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클린턴 장관이 한국에서 받는 대접이 각별하다면서요?

박성우:

네, 왜 '각별한 대접'이라는 말이 나오느냐면, 클린턴 장관이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을 갖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국무장관이 한국을 찾았을 때 대통령을 예방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과 오찬을 한 적은 없습니다. 이렇게 의전을 격상시킨 건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아소 다로 총리와 클린턴 장관이 만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덕수 주미대사가 공항에서 클린턴 장관을 직접 영접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외국 외교장관의 방한 시에는 일반적으로 외교부의 해당 지역국장이 영접하는 게 관례였습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클린턴 장관이 회담하는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 청사에는 차량 출입이 통제됩니다. 외교부가 외빈 방문 때문에 차량을 통제하는 것은 이례적이고요. 청와대 경호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각별한 대접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박성우:

네, 간단히 설명하면 미국의 정치 '거물'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입니다. 백악관에서 8년간 대통령을 내조하면서 국정을 지켜봤습니다. 또 대통령의 부인 자격으로 이미 78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대내 정책은 물론이고, 대외 정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원 의원으로 재직했고, 작년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서 오바마 현 대통령과 경합을 벌였기 때문에, 미국 내외에서 정치 '거물'로 받아들여지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한국이나 일본도 클린턴 장관을 '국가 수반급' 장관으로 대접하는 거지요.

진행자:

클린턴 장관이 '거물급'이기도 하지만, 첫 번째 해외 순방지역으로 아시아를 선택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면서요?

박성우:

네, 그렇습니다. 1961년에 미국의 딘 러스크 국무장관이 아시아 지역을 첫 번째 순방 지역으로 선택한 적이 있고요. 그 이후로 이번이 거의 반세기 만에 처음입니다. 이건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외교정책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이 홀로 나서거나 국제 사회가 미국을 외면하면 전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세계 각국과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외교정책을 보여주는 거지요. 또, 클린턴 장관이 아시아를 먼저 찾게 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배려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왜냐면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4월에 주요 20개국 런던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유럽을 방문합니다. 대통령이 유럽을 가니까 국무장관은 다른 지역인 아시아를 가도록 하는 배려를 했다는 거지요.

진행자:

네,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