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군부와 일반주민 간의 갈등과 마찰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선군의 이름하에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로 하여 주민들의 군대에 대한 반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주민들과 군인간의 날선 감정대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군민일치'라는 구호는 아득한 옛말이 되어 군대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악감(적의)은 미제국주의에 대한 것보다 더 심하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김정은의 선군정치에 의해 더해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했습니다.
20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군부대 현지시찰에서 '선군'을 강조했다는 소식이 연일 텔레비죤으로 방영되고 있지만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 군인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들로 주민들의 군대에 대한 적대감이 극도에 달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함경북도 청진시 농촌경영위원회 산하 청암협동농장에서 군량미 납부문제로 발생한 군대와 농장의 충돌을 그 한 예로 들었습니다. 최근 수확을 앞둔 청암협동농장에서 군량미 납부용으로 지정된 포전의 농작물을 관리위원장이 몰래 빼돌리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관리위원장이 봄철에 농사를 짓느라 사용한 외상비료와 농약값, 농촌동원에 나온 지원자들의 식량까지 계산해 군량미로 할당된 포전에서 알곡을 빼돌렸는데 당국은 이를 군량미 절취행위로 몰아 사법처리했다"고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곡물가격은 봄철에 비싸고 가을에는 눅(싸)기 때문에 봄철에 소비한 비료와 농약값에 비해 가을에는 더 많은 작물을 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상비료와 농약값을 대기에 준비해둔 농작물의 수량이 부족해지자 해당 관리위원장이 작업반장에게 지시해 군부대에 배정된 포전에서 옥수수 200킬로그램 정도를 몰래 수확했다는 얘깁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농장관리위원장은 즉각 해임되고 지시를 집행한 작업반장은 15년형에 처해지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었지만 군부에서는 “선군시대에 군량미를 빼돌린 것은 큰 죄다”라는 주장과 “죽어라 농사를 지어주고도 범인이 되는 세상”이라는 농민들의 원망과 비난이 맞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땀 흘려 농사를 지은 농민들에 대한 초보적인 예의는커녕 군부대 군인들의 횡포는 과거 토벌대를 연상케 한다"면서 “군대가 인민을 지킨다고 하지만 인민의 생존권과 재산을 위협하는 쪽은 군대"라고 비난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선군정치 때문에 인민들이 입는 피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면서 “요즘 협동농장들에서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포전마다 작업반원들을 배치해 밤샘 경비를 서고 있지만 무장한 군인들이 여럿 달려들어 농작물을 뺏어 가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경비를 서는 농장원들이 "나중에 책임추궁 당하지 않게 나를 묶어놓고 가져가라"고 사정하는 일도 비일비재 하다는 것입니다.
소식통들은 그동안에는 병사들과 개별 주민과의 사건들이 자주 일어났는데 반해 최근에는 협동농장과 군부대가 맞서는 집단 마찰로 심화되는 분위기어서 '선군정치'만을 강조하는 이상 앞으로 북한에서 군민일치의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