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노동당 제7차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대회를 통해 김정은 유일지배구조를 재정비하고 핵보유를 공식화하며 경제발전 청사진도 내놨습니다.
이와 관련해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기획 보도 ‘김정은 정권 제2막 오르다’를 3차례에 거쳐 방송해드립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비현실적 노선에 권력투쟁 잠복’편을 보내드립니다. 보도에 정영기자입니다.
지난 5월 6일 평양 4.25문화 회관에서 개막된 노동당 제7차 대회.
36년만에 막을 올린 “이번 당대회는 철두철미 김정은 유일지배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대관식’이 될 것이다” 라는 외부의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단 한 명의 외교 사절도 없이, 100여명의 외국인 기자단을 초청하고도 회의장에 들여놓지 않고 단행한 7차 당대회를 두고 외신들은 ‘김정은만을 위한 대관식’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구풍의 양복을 받쳐입고, 뿔테 안경을 쓰고 대회장에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은 개회사와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 폐막사까지 직접 읽는 등 이번 대회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김정은 육성 녹취 : 우리 당과 혁명발전에 뚜렷한 자욱을 남기는 력사적인 대회로, 주체혁명위업의 종국적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총진군대회로 되리라는것을 확신하면서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 개회를 선언합니다.
9일 막을 내린 7차 당대회는 올해 33세의 김정은을 새로 신설된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하고, 당 조직개편 소식을 내외에 공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지난 5년간 과도기 터널을 빠져 나와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열기 위해 이번 대회를 소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분석입니다.
장용석 : 전체 당을 대표하는 중앙위원회도 아니고 당을 대표하는 위원장의 직책을 신설해서 김정은이 취임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당을 대표하는, 전체 당을 대표하는 위원장을 최고지도자라는 것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이벤트적인 성격이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김정은이 가지고 있던 노동당 제1비서 직은 당의 여러 비서들 가운데 한 명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위원장 직제를 신설하고 김정은을 즉위시켰다고 장 연구위원은 분석했습니다.
김정은이 획득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1960년 대 중반까지 김일성 주석이 유지했던 당중앙위원회 위원장보다 훨씬 포괄적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대회에 서구풍의 양복과 뿔 테 안경을 쓰고 등장한 것도1960년대와 1970년대 김일성 주석의 풍채를 따라 한 것으로, 인민들로 하여금 경제적으로 풍요했던 시절로 회귀한 듯한 환상을 주기 위해 연출된 행동이었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2년4차 당대표자 대회 이후 숙청되거나 사망으로 결여됐던 주요 직책을 보선하거나 신설하는 방법으로 노동당 조직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했습니다.
우선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 김영남, 황병서, 최룡해와 박봉주가 합세해 모두 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또 기존의 당 비서국 대신 정무국을 신설하고 김정은의 실무를 보좌할 핵심 측근들을 채워 넣었습니다.
당정치국 위원 수도 상무위원을 포함해 14명에서 19명으로 늘리고, 정치국 후보위원 수도 7명에서 9명으로 늘렸습니다. 새로 공개된 당중앙 위원회 전문부서 책임자 가운데 농업상이었던 리철만의 이름이 포함된 것은 중앙당 내부에 농업관련 부서가 신설됐는지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당 중앙위원회 위원 수도 지난 3차 당대표자회 때 발표된 124명에서 128명으로 늘었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 여동생 김여정이 처음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은 당내 여러 조직의 최고 수장에 재 추대되면서 당과 국가, 군의 최고 직함을 모두 9개나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당중심 국가인 북한에서 노동당은 국가와 군대 사법권과 전 주민을 통솔하는 최고기관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33살에 최고 권력자로 등극한 셈입니다.
외부 세계에서 주목한 이번 7차 당대회 관전포인트(볼거리)는 세대교체의 폭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당간부 사업원칙인 노중청(노년과 중년 청년의 배합)의 원칙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군 해군분석센터(CNS)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의 분석입니다.
켄 고스 (Ken Gause) 국장: 김정은이 이번 진영을 새롭게 꾸리고 있지만 정치국 위원도 별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 정권이 정치방식을 새로운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정치방식을 안정성 있게 끌고 나가도록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 정권이 지난 4년 동안 장성택을 비롯해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 세력을 제거하고 자기 측근들을 채웠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교체 폭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인물은 김여정의 역할이라면서 그의 리더십에 따라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언급했습니다.
정성장 남한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실장은 이번에 최룡해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새로 신설된 정무국에 진입하면서 김정은의 신임이 다시 확인되었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정 실장은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인사로 리수용을 지적하면서, 그가 정치국 위원과 정무국 부위원장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김정은의 외교정책을 보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성장 실장 : 리수용은 과거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시절 스위스 대사로서 김정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것 같고요. 최근에는 당중앙위 정치국 위원, 강석주가 맡고 있던 국제비서 역할을 떠맡게 되면서 외교분야에서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권력 안정도와 관련해 북한 전문가들은 여전히 권력투쟁의 연장선을 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켄 고스 국장은 “현재 김정은 정권 2기 진영에서 뚜렷한 권력투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조선노동당에 속한 노년층들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 당 내에 긴장감(tension)이 감돌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대회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노선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다소 있기 때문에 그 관철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그런 문제들이 결국 권력투쟁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 권력투쟁은 단순히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만을 가지고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권문제, 세력관계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제 막 돛을 올린 ‘김정은 호’의 순항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2편 ‘국제적 압박 부르는 핵보유국 선언’을 방송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