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기획: 김정은 정권 제2막 (2) 국제적 압박 부르는 핵보유국 선언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횃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핵보유국'이라는 문자 형태로 참가자들이 늘어서 있다.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횃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핵보유국'이라는 문자 형태로 참가자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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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노동당 제7차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대회를 통해 김정은 유일지배구조를 재정비하고 핵보유를 공식화하며 경제발전 청사진도 내놨습니다.

이와 관련해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기획 보도 ‘김정은 정권 제2막 오르다’를 3차례에 걸쳐 방송해드립니다.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국제적 압박 부르는 핵보유국 선언’편을 보내드립니다. 보도에 정영기자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6일과 7일 양일간에 거쳐 무려 7만 2천자에 달하는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면서, 자신의 가장 큰 업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핵포기 의사가 전혀 없음을 명백히 했습니다.

김정은 녹취 :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자위적 노선을 항구적을 틀어쥐고, 자위적 핵무력 건설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김정은은 이어 북한을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고, 한반도 비핵화도 세계 비핵화와 연계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대회를 통해 핵보유 야망을 더욱 드러냈다고 평가하면서, 국제사회가 이를 용인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Stephan Haggard)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의 분석입니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 : 미국과 국제 사회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식하고 있지만, 동의하거나 용인 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북한 노동당 중앙위 보고서에 '정상적인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했습니다만,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U.S. and other countries now recognize NK has nuclear capability, but doesn't mean there is an acceptance of that fact or that status of power will be normalized. Even on text on party congress central committee work report, NK want to claim NORMAL nuclear power. None of the 5 parties are going to accept that)

북한은 2013년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고, 이번 당대회에서 당규약까지 수정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을 법제화시켰습니다.

임은정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국학 교수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핵보유국’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임은정 : 북한은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던 것이 핵을 보유한 국가로서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또한 미국과도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가짐으로써, 핵을 가진 강한 나라로서 국제사회에서 함께 경쟁하고, 행동해나가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북한이 세계 비핵화를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주장한 것을 두고 혹시 비핵화를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안 하겠다는 소리로 받아들여집니다.

임교수는 “만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게 되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핵 도미노(연쇄반응)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동북아 안보위기를 중시하는 미국과 중국 등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보유 편집증은 과거 핵무장을 시도하다 축출된 리비아나 이라크 독재자들의 사례를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 북한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대외 전략은 무엇일까,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7차 당대회에 서구풍의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한 전문가는 “김정은의 이러한 패션 변화는 외부 세계에 분명히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서 “북한도 핵보유 국가가 되었으니, 자신(김정은)을 깔보지 말고 강대국의 원수처럼 대하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비유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서방 지도자들처럼 자신도 양복과 넥타이를 맨 정상국가의 지도자임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그는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중시하는 핵무기 카드는 이미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시기에 다 써먹어 약발이 떨어졌다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차 북핵위기가 터졌던 1993년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 탈퇴를 시작으로 미국과 한국 등 주변국을 기만하면서 20년 가까이 핵개발을 지속했고, 경제지원도 받아 챙겼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중국 등 6자회담 성원국들은 이러한 북한의 전술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의 핵도박에 다시 속지 않는다는 겁니다.

북한은 국제사회 일원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외신 기자단 100여명을 평양으로 초청했지만, 정작 7차 당 대회장 취재를 허용하지 않고 전시장처럼 꾸며진 공장과 농장을 견학시켜 기자단의 불만을 샀습니다.

또 인터뷰에 동원된 주민들도 미리 써준 각본대로 김정은 우상화와 체제 찬양만 해서 ‘북한 사회 그 자체가 거대한 전시장이나 같다’는 역풍을 맞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대회에서 핵보유를 전제로 대외관계를 재정립하고,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선진 문명국가를 건설하라고 내각 기관에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이러한 외교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장용석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장용석 : 특히 중국조차도 비핵화를 들고 나오는 속에서 김정은이 당대회에서 표방했던 핵보유국, 핵보유국에 기초한 대외관계 재정립, 그를 바탕으로 한 세계비핵화 노력 등은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이번 7차 당대회에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까지도 고위급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점도 김정은 정권이 처한 국제적 환경을 충분히 말해줍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 핵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남한에 대화와 협상을 주장하고 주한미군 철수도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장용석 연구원은 “북한이 삐라와 방송을 중단하는 것과 같은 군사회담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무력통일을 뜻하는 ‘통일대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평화공세”라고 지적했습니다.

임은정 교수도 “현재 북한은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는 시점에서 제재 초점을 흐리게 하기 위한 일종의 기만전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임은정 : 지금 제재가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유엔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까지도 합의가 이루어져 통과가 되어 이제 이것이 효과를 발휘해야 하는 시점에 왔기 때문에 북한이 기만전술을 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재국면에 이미 들어선 이상은 이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는 여기에 동의한 나라들, 특히 미국 중국이 같이 밀접하게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북한의 대화 제안에 대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 개발과 남한을 직접 겨냥한 도발위협을 지속하면서 대화를 거론하는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빗장 지른 국제사회, 내부로부터 터져 나오는 불만의 민심. 이미 효능이 떨어진 핵 카드가 과연 김정은 정권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될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3편 ‘알맹이 없는 국가경제 개발계획’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