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노동당 제7차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대회를 통해 김정은 유일지배구조를 재정비하고 핵보유를 공식화하며 경제발전 청사진도 내놨습니다.
이와 관련해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기획 보도 ‘김정은 정권 제2막 오르다’를 3차례에 걸쳐 방송해드립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알맹이 없는 경제개발 계획’편을 보내드립니다. 보도에 정영기자 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7차 당대회를 앞두고 이번 당대회에서 ‘경제건설의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놓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알맹이 없는 빈속이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경제강국 건설 노선을 제시하면서 개혁개방이 아니라 오히려 ‘자력자강’을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녹취 : 경제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우리 당의 전략적로선은 자력자강의 정신과 과학기술을 틀어쥐고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인민들에게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조건을 마련하여주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북한이 “정치군사강국의 지위에는 당당히 올라섰지만(정치적 안정과 핵미사일 보유), 경제부문은 아직 응당한 높이에 이르지 못했다”며 북한 경제의 고질적인 에너지난과 사회기반 시설의 노후함을 우회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2016년-2020년까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7차대회 과정을 지켜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용적인 방향과 노선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Stephan Haggard)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의 분석입니다.
스테판 해거드 : 노동당 7차 대회의 목적은 나라 발전을 위해 새로운 방향, 노선과 계획을 마련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관리 체계 (management system) 라든지 계획구상이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실용적인 계획이나 새로운 방향과 노선을 제시하지 못해 솔직히 매우 실망했습니다. (Something about management system. The document is incoherent, not clearly structured. Very disappointing in the document because there is nothing NEW)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도 않고 성급하게 경제강국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경제강국을 건설한다고 해놓고 무역과 투자에 관해서는 중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dependent on China for trade and investments)”고 지적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중국의 사례를 들면서, “중국도 지금의 수준까지 발전하는 데 적어도 수십 년이 걸렸는데, 북한은 짧은 시간에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 하는데 이에 의심이 많이 들고, 우선 마음이 열려 있는지도 문제”라고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Bradly Babson) 전 세계은행(WB)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총재 고문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 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경제발전 계획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Bradly Babson): 경제개발 5 개년 전략에 구체적인 방향과 노선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이 계획 구상에 시장경제에 대한 역할이나 정책이 있을 것인가?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실용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What we don't know is the new 5-year economic plan. What kind of policy towards market role will be embedded in the plan? But one thing is for sure- They need more practical ways.)
브래들리 뱁슨 고문은 “북한이 현재 석탄과 광물 등 1차 에너지 자원을 중국에 대부분 수출하기 때문에 국내 산업은 에너지난에 쪼들리고 있다”면서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경제적 안정을 이룩하려면 석탄과 광물 등을 국내산업에 돌려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당대회 보고에서 에너지를 생산해 국내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 7차 당대회를 준비자금을 대부분 석탄과 광물을 팔아 충당한 것으로 중국 해관 통계 자료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올해 1/4분기 중국 해관 통계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유엔 안보리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지난 3월 중국에1억 600만 달러 상당의 석탄을 수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동기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이 11일 발표한 북한 노동당 7차 대회 분석자료에서도 “북한이 호언장담한 휘황한 설계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됐습니다.
북한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체제의 정통성만 과시했을 뿐, 정작 민생과 관련한 경제분야에서는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북한은 7차 당대회 결정서에도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끼워 넣었지만, 구체적인 목표나 수치를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은 “북한이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가 실패할 경우, 김정은 리더십(지도력)에 손상이 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차 당대회 때 경제 발전 10대전망목표를 설정했다가 수행하지 못해 36년동안 당대회를 열지 못했던 전철을 김정은 위원장은 밟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겁니다.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이라는 문구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과거처럼 ‘계획’이라는 표현대신 전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계획이 실패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국 언론은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추구하는 만큼 앞으로 북한 경제가 더욱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제재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민들을 상대로 한 대규모 노력동원과 수탈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벌써부터 북한 내부에서는 “당대회가 끝나고 곧바로 100일전투, 150일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김정은이 올해 10월까지 무조건 완성하라고 지시한 평양시 여명거리 건설이 당장 급한 과제로 나섰고, 에너지 자원을 풀기 위해 제시한 수력 및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같은 큰 대상공사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당분간 장마당 경제는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고문은 “북한에서 대아사기간 시장경제와 국가체계 사이의 긴장을 경험한 젊은 세대들이 이미 장마당 경제에 깊숙이 의존하고 있다”면서 당국이 제재를 당하는 상황에서 시장경제를 통제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국제제재로 대외루트(통로)가 막힌 북한이 시장경제를 암묵적으로 활성화시키면서 필요한 재원을 강제동원 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미 ‘70일 전투’에서 과도한 노력동원과 재정부담에 시달린 북한 주민들 속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북한 내부 주민들과 연락하는 한 소식통이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북한 소식통 : 일반 주민들은 7차 당대회 하는 것을 불편해하고요. 뭘 자꾸 내라고 하니까, 불편해하지요. 그리고 당대회를 아무리 해도 그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없지 않아요. 이젠 강성대국, 강성대국 한다는 게 15년이 지났어요. 그래서 일반 사람들은 믿지 않는 겁니다.
이 주민은 “일반 주민들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는 관심이 없으며,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초보적인 생계마저 위협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소식통 : 마른 수건 아무리 짜야 물이 떨어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제는 아무리 짜도 주민들 한데서 나올게 없다는 소리지요.
4년전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 행사장에서 “더 이상 인민들에게 허리띠를 조여 매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김정은. 하지만, 7차 당대회에서는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조여매라고 인민들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