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연일 전쟁소동에 들볶이고 있는 북한주민들이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2중, 3중의 고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상소집과 대피훈련을 틈타 강도와 도적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연일 비상소집과 대피훈련을 벌려놓으며 전쟁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당장 내집지키는 일도 쉽지 않다는 소식입니다. 훈련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온갖 범죄가 판을 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소식통은 “지난 11일 혜산시 운총리 ‘산당’ 마을주변에서 두 명의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주변 인민반들에 수사포치가 내리고 보위부와 보안서가 동원됐지만 아직 범인들을 잡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살해된 여성들은 혜산시 연봉2동에 살던 가정주부들로 이들은 ‘맛내기(미원)’와 사탕, 원주필(볼펜)과 같은 잡다한 물건들을 가지고 먹을 것과 바꾸기 위해 농촌들을 돌아다니던 중이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농촌 장사에 나서게 된 이유는 최근 계속되는 전쟁연습으로 장마당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을 살해한 범인이 여럿일 것으로 추측되지만 워낙 외부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 수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 말고도 혜산시 연봉동에서는 3월 9일 새벽에 ‘적위대 비상소집’에 동원됐다 귀가하던 여성이 강간살해 당한 사건을 비롯해 전쟁소동의 와중에서 빚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한편 함경북도 소식통도 “훈련이 계속되면서 살판을 만난 건 범죄자들 뿐”이라며 “대피훈련과 비상소집으로 주인들이 집을 비우는 틈을 타서 강도와 도적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곳곳에서 날뛰는 강도와 도적들 때문에 최근 회령시에서는 인민반 회의까지 열고 “남편들이 훈련에 나갔을 경우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찾아오면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긴급 포치(지시)까지 내렸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민방위군 ‘비상소집’이 새벽 5시 경에 발령되는데 이 시간대를 노려 도적들은 공장기업소들에서 ‘비상소집’ 연락을 온 것으로 속여 아내나 아이들만 있는 집들만 골라 돈과 귀중품들을 모조리 빼앗아 간다고 그는 얘기했습니다.
“이렇게 털린 집들이 세천, 중봉동 일대에서 11일 새벽에만 다섯 세대나 된다”며 “아침시간뿐 아니라 ‘대피훈련’이 진행되는 점심시간에도 집을 터는 도적들이 많아 주민들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