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측 지도부가 8일 김일성 주석 20주기 추모행사를 평양에서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정은 제1비서는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여 관심을 끌었습니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제1비서가 8일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한 모습을 방송했습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대동하고 나선 모습 등은 예상했던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모습도 눈에 띕니다. 김 비서가 다리를 약간 저는 모습이 행사장 두 곳 모두에서 포착된 겁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할 필요까지는 없어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입니다. 이른바 ‘최고 지도자’가 다리를 저는 모습을 북측 매체가 그대로 공개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이는 일시적인 부상일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날 북측의 공개 행사에서는 김정은 비서가 다리를 저는 모습 말고도 주목할 사항이 더 있습니다. 김일성의 친딸인 김경희와 북측 지도부의 핵심 구성원 중 한 명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불참했다는 점입니다.
김경희는 지난해 9월 9일 조선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 관람을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 현재 와병중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입니다.
따라서 김경희의 불참보다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건 김양건의 칩거입니다.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통전부장이 벌써 3개월째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건 여러모로 해석할 게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설령 김양건의 신상에 문제가 생겼더라도 북측의 대남 정책에 큰 변화가 생길 여지는 없다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김양건이 워낙 오랜 기간 대남정책을 주도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변화의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지만, 북한 체제를 현재 움직이고 있는 가장 중요한 권력 엘리트 집단은 조직지도부이기 때문에 김정은의 대남 정책이 김양건의 공석에 따라 바뀔 가능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
김양건은 지난 4월 9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1차 회의에 참석한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건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많습니다. 김양건은 올해 72세이며, “최근 해외에서 무릎관절 수술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고 남한 정부의 한 당국자는 연합뉴스에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평소 과음을 자주 한 탓에 간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실각했을 수 있다는 추정도 있지만, 김양건은 지난해 11월 김정은이 백두산 삼지연에서 장성택 숙청과 관련한 결정을 내릴 때도 주요 간부들과 동석했던 걸로 알려져 실각이나 숙청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