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을 통한 핵개발 의혹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제한적(limited)’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의회 산하의 의회조사국(CRS)은 북한의 핵무기에 관한 최신 보고서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의 범위와 성공 정도가 제한적(limited)”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16일 발간된 보고서는 “비록 북한이 처음에는 플루토늄을 이용해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고농축 우라늄을 통한 제2의 핵 개발 방안을 지목하는 정보가 부상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확실하지만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 개발이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이를 제한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보고서는 우선 “소규모의 원심분리기를 조립한 수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농축 우라늄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의 가동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전제한 뒤 “이런 대규모의 (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북한이 구매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보고서는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장비 수입은 정보기관이 상대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또 핵군축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전 로스 알라모스 미국국립핵연구소장의 말을 빌어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연구와 개발에 노력해왔을 가능성은 매우 크지만 이를 산업 수준(의 농축 우라늄 생산)으로 끌어올렸다는 암시는 거의 없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과 관련한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도 지난 수년간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2007년 8월 국가정보국장실이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농축 우라늄 생산과 관련한 진전 정도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힌 이후 이듬해인 2008년 2월 마이클 멕코넬 당시 국가정보국장이 의회에서 이를 재확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인 압둘 칸 박사와 북한 간 고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거래 의혹에 관해서도 “미국이 칸 박사로부터 직접 확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여전히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북한이 지난해 9월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공개 편지에서 “우라늄 농축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지만 “우라늄 농축 시험의 수준은 물론 기술적인 의미에서 ‘결속 단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은 6일 “북한이 최소한 1996년부터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 수준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