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수사권한이 노동당 내부와 군 고위간부들에 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위부의 감시와 수사에 불안감을 느낀 간부들이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겪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국가안전보위부에 내린 지시문이 최근 간부강연회에서 공개됐다”고 22일 북한의 한 간부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지시문을 공개한데 대해 그는 “국가비밀을 함부로 누설하는 자들은 절대로 용서가 없다는 경고일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4월 18일에 있은 간부강연회에 참가해 직접 들었다고 밝힌 이 소식통은 “국가의 주요기관, 우리당(노동당) 내부에 박혀있는 간첩, 불순분자들을 모조리 숙청할 것을 국가보위부에 위임 한다”는 지시문의 내용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과거에는 수사는 물론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노동당 내부와 군의 고위간부들에 대해서도 국가보위부가 아무 제한 없이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한마디로 국가보위부가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뜻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또 이날 공개된 지시문 중에는 “우리주변에 든든히 뿌리박고 있는 간첩들이 있다”며 “더는 우리 당 내부의 비밀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간첩들을 철저히 소탕하라”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지시문을 전달받은 간부들은 ‘간첩, 불순분자’ 색출을 구실로 국가보위부가 무차별적인 조사와 숙청에 나설 수 있음을 크게 우려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한편 숙청의 불안감에 떨고 있는 북한의 간부들속에서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세 마저 보이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언제 숙청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마약에 의존하는 간부들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전화통화 조차 꺼리는 간부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런 증세는 군 지휘관들속에서 한층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다보니 군의 명령지휘체계도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해 보위부의 무분별한 수사와 숙청의 후과가 얼마나 큰지를 가늠케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