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22일 미국 대학생을 억류해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에 이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은 두 명으로 늘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의 버지니아주립대학(UVA) 3학년에 재학 중인 오토 프레드릭 웜비어(Otto Frederick Warmbier) 씨가 북한 당국에 ‘반공화국적대행위’ 혐의로 억류됐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웜비어 씨가 “미국 정부의 묵인, 조종 밑에 조선의 일심단결의 기초를 허물어버릴 목적으로 관광 명목으로 입국”했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언제, 어떤 적대행위를 하다 적발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이날 웜비어 씨의 억류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알고 있으며 국무부는 미국 시민의 안녕을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꼽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미국 시민이 북한에 억류될 경우, 평양 주재 스웨덴 즉 스웨리예 대사관과 긴밀하게 협조한다고 밝혔습니다. 스웨덴은 북한과 외교관계가 없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웜비어 씨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더 이상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웜비어 씨는 중국 북한 전문여행사 ‘영파이오니어투어스(YPT)’를 통해 북한에 갔다가 지난 2일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파이오니어투어스는 즉각 성명을 내고 웜비어 씨 가족에게 억류 사실을 이미 통보했고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과 접촉하고 있으며 북한 외무성, 미국 국무부와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웜비어 씨가 하루 속히 석방되길 바라며, 그와 가족들의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웜비어 씨가 재학 중인 버지니아주립대학의 소식지 The Cavalier Daily는 웜비어 씨가 이 학교의 남학생단체인 Theta Chi Fraternity 등에서 활동했다고 전했습니다.
웜비어 씨는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시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11일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의 억류한 사실을 미국 CNN방송을 통해 뒤늦게 공개했습니다. 중국 옌지와 북한의 나선 경제특구를 오가며 무역업을 하던 김 씨는 지난해 10월 북한 당국에 체포됐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지난 6일 이후 억류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북한의 이 같은 미국인 억류는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이어질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 국면에 대비한 계획적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2014년 11월에도 당시 국가전복음모죄로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케네스 배 씨와 매튜 토드 밀러 씨 등 두 명의 억류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방북하면서, 2012년 이후 단절되었던 북미대화를 재개하려는 북한의 유화책으로 풀이된 바 있습니다.
한편,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은 정상국가에서는 죄가 될 수 없는 행동까지도 범죄화하는 인권의 불모지라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