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무상 내주 뉴욕 방문

0:00 / 0:00

앵커 :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다음 주 뉴욕을 방문합니다. 기후변화 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뭔가 다른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욕 유엔 본부에서 22일 열리는 파리 기후변화 협정 서명식에 북측이 리수용 외무상을 참석시킬 예정입니다.

서울에 있는 북한 외교관 출신 고위급 탈북자는 12일 “부상급이 가도 충분한 행사에 외무상을 보내는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 외무성에는 ‘국제기구 및 블록불가담운동’을 담당하는 부상이 있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는 리수용 외무상이 직접 갈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굳이 리 외무상이 뉴욕을 직접 방문하는 이유는 5월 당대회 이후 대화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겠느냐”고 이 탈북자는 해석합니다.

리 외무상의 뉴욕 방문 소식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1일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나왔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도 북측이 5월 당대회 이후에는 대화국면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리수용 외무상의 뉴욕 방문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 교수 : 행사 자체의 목적보다는 북미대화를 위한 출구 찾기용 차원의 뉴욕 방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의 11일 평화협정 발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임해야 한다는 겁니다.

케리 장관은 “미국은 한반도 평화협정과 불가침 조약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고 경제적 지원과 북한의 국제사회 복귀를 환영할 준비도 돼 있다”면서, 이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응하겠다는 결정을 해야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측 외교부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에 한미 양국이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하자는 북한의 요구를 먼저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합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제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는 것은 한미 양국은 북한과의 그 어떠한 대화에 있어서도 비핵화가 최우선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케리 장관도 이 같은 공통된 입장에 기초하여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 대변인은 “한미 양국은 현시점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를 바탕으로 안보리 제재 결의의 철저한 이행 등 강력한 대북 압박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리수용 외무상이 뉴욕에 가더라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곤 만날 수 있는 고위급 당국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원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판하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위급 인사를 이번에 파견하는 것으로 보이며, 지금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에 이은 개별 국가의 대북제재가 추가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현 상황이 대화 국면으로 갑작스럽게 전환하긴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리수용 외무상이 뉴욕을 방문하는 것은 작년 9월 유엔총회 참석 이후 7개월 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