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텔레비죤방송에서 중국영화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북-중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북한이 중국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당국이 최근 텔레비죤의 ‘외국영화’ 방영시간에 중국영화 방영을 중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소식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평양 주민 구 모 씨는“중국 영화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주말의 텔레비전 ‘외국영화’ 방영시간에 최근엔 중국영화를 단 한편도 볼 수 없으며 대신 러시아 영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 씨는 또 “간혹 쿠바나 미얀마 영화가 나오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영화가 텔레비죤 화면에서 사라진 시점은 정확하지 않지만 2월 들어서부터인 것 같다”면서 “중국이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안에 찬동한 것에 대해 북한당국이 단단히 삐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에는 러시아도 찬동했는데 왜 중국만 두고 그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구 씨는 “그 점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조선은 그동안 중국만큼은 특별한 혈맹 국가로 여겨온 터라 러시아보다는 중국에 더 서운함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출신 탈북자 이 모 씨는 “조선 텔레비죤의 방영 프로그램은 정치적 고려 없이 방영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중국영화 방영을 중단했다는 것은 중국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는 방식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한 대북 관측통은 “중국영화가 북한 텔레비죤에서 사라진 것은 최근 북한 매체에서 ‘조-중 친선’이라’는 용어가 사라진 현상과 같은 연장 선상에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측통은 또 “중국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북한 정권에 대해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북-중 양국의 냉랭한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텔레비죤은 평양에서만 볼 수 있는 일명 ‘만수대통로’(채널)와 지방에서도 시청이 가능한 조선중앙텔레비죤 등이 있습니다. ‘만수대통로’에서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에 중국 영화와 러시아 영화 각각 한편씩을, 조선중앙텔레비죤에서는 중국 영화와 러시아 영화를 주마다 한 편씩 번갈아 가며 방영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나마 새 영화를 제때 수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미 방영한 영화를 재탕, 삼탕 하는 탓에 북한 주민들은 “조선텔레비죤 영화는 두 달만 보면 1년 치 방영할 영화를 모두 보는 셈”이라고 비아냥거렸다는 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