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제결의안과 한미합동 키리졸브 훈련에 맞서 11일부터 전 주민 갱도 대피훈련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 인해 당국을 향한 주민들의 원성이 드높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북한당국이 주민들의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면서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11일부터 3일간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하갱도 대피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피로감과 당국을 향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 중국방문에 나선 함경북도 소식통은 “11일부터 3일간 전 주민을 대상으로 지하 방공호 대피훈련이 시작된다”며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주민들의 당국을 향한 불만과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원수님이 무서워서 미국이 못 쳐들어 올 텐데 왜 이리 사람들을 볶아 대는가, 제발 진짜 전쟁이 터져서 남조선이나 미국이 (조선을)콱 먹어버리기나 했으면 좋겠다”는 등 자조 섞인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달 초부터 부쩍 요란을 떠는 전쟁소동에 등화관제 때문에 집안에서 탄불도 못 피우게 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지시가 내려온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남조선도 최근의 정세가 우리처럼 긴장한가?”라고 물었습니다.
“3일 동안 지하갱도에 대피하면 그 속에서 무얼 먹고 지내는가”라는 질문에 소식통은 “속도전 가루도 준비하고 누룽지도 준비하는 등 사람들이 제각기 알아서 준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통상 이런 훈련이 시작되면 말이 좋아 대피훈련이지 순찰조에 뇌물 주고 집에 갔다 오는 사람, 갱도 근처에서 삼삼오오 모여 주패놀이를 하는 사람 등 별의별 사람이 다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보나 안보나 이번 훈련도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 3년째 된다는 평안북도 출신의 한 탈북자는 “지하갱도 대피훈련이 있을 때마다 고생하는 것은 둘째치고 집에서 기르고 있는 닭이나 돼지 같은 가축들에 제대로 먹이를 못 주는 것이 큰 문제”라며 “이번처럼 3일씩이나 갱도 훈련을 한다면 집에 다녀와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순찰조들이 많은 뇌물을 챙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전쟁 분위기와 맞물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여행을 금지하고 관료들의 해외출장을 억제하고 있지만 국영상점 지배인들의 물품구매를 위한 중국 출장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단둥(丹東)의 한 주방용품 상인은 “지난 11일 북한의 단골 국영상점 지배인 몇몇이 우리 가게에 다녀갔다”며 “그들이 자기들은 언제든지 중국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