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압박에 맞서기 위해 최근 불법입국 혐의로 체포한 한국 국적 미국 대학생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룡 대표는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뉴욕대학 한인 대학생 주원문 씨는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보위부 반탐과 요원들의 유인에 의해 북한으로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 : 단둥과 신의주 반탐이 학생이 북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것을 알고 안내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나 미국 영주권을 가진 사람이나 외국인들 이런 사람을 설득, 우월감이 생기게 해서 북한에 입국시키는 일이, 이번 학생 경우처럼, 앞으로 이런 일이 자꾸 생길 수 있어요.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에 맞서 선양, 단둥 등의 지역에 반탐 요원을 늘리고 조선족 등을 이용해 탈북자를 돕거나 인도적 지원활동을 하는 한국인∙미국인을 유인∙납북시키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나 종교인은 물론 관광객까지도 주의를 요한다는 지적입니다.
주 씨의 입북 사실은 지난 2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통신은 주 씨가 지난달 22일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너 불법 입국하다 단속됐다고 밝혔습니다. 주 씨는 지난 4일 평양의 고려호텔에서 가진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북관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하며 호기심에 입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평범한 대학생이 북한에 불법적으로 들어갔다가 북한 당국의 환대를 받고 안전하게 귀국하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중국 단둥 북부 호산에 압록강을 건너 비교적 쉽게 북한땅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지역이 있다며 주 씨가 그 곳에서 북한에 체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주 씨는 북한땅에 발을 딛고 곧바로 중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북한 당국에 체포됐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최근 북중 국경지대에 보위부 요원을 증강 배치하고 국경지대 간첩활동이나 탈북자 색출, 그리고 북한 보위부 요원에 대한 상호 감시를 늘렸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에 대해 알고 있다는 한 탈북자도 주 씨가 단순히 북한 땅을 밟아 보려고 하다 국경 경비대에 체포돼 북한의 선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 씨의 회견 내용처럼 ‘불법 입북자를 너그러이 용서하고 안전하게 귀국’하도록 허용해 북한의 인권 탄압을 반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미국 워싱턴 정책연구소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주 씨가 북한에 불법 입국한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납치된 것은 아닐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 앞서 북한에 자진 입북했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주 씨도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에 그의 석방에 대한 부담을 안긴 것이죠.
한국의 대북인권단체 ‘북한정치범수용소피해자가족협회’ 즉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중국 쪽 국경지대도 철조망으로 통제되고 있다며 주 씨가 ‘개인의 영웅심’에 의도적으로 일을 벌인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