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특사 파견, 한미중 ‘공조’ 희석 노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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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데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핵문제 등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하긴 이르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리처드 부시 박사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방중 결과를 예단하긴 힘들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번 특사 파견은 핵실험 등 도발 이후 중국으로부터 압박을 느낀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경계하면서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부시 박사는 추정했습니다.

리처드 부시 박사: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압박을 느꼈을 수 있고 또 중국을 미국, 한국과 떼어놓기 위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일단 중국 공산당의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이 최 총정치국장을 적절하게(properly) 맞이하긴 했지만 앞으로 최 총정치국장이 어느 정도 고위급 중국 인사를 만날지, 또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그리고 이에 대해 중국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을 두고 봐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또 만일 최 총정치국장이 중국 관리들을 만나 핵문제 등과 관련해 북한의 공세적인(aggressive)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이번 특사 파견에 아무런 성과도 없을 것이라고 부시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번 북한의 특사 파견을 조금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이번 특사 파견과 관련해,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보일 조짐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기껏해야 대북 압박을 경감하려는 전술적 책략(tactical maneuver)이라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실장: 북한의 전형적인 행동 양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 측과 협상이 잘 풀리지 않자 이번엔 중국과 어떤 거래(deal)가 가능한 지 살펴보는 등 전술적 유연성(tactical flexibility)을 유지하려는 것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북한이 중국 측을 달래기 위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설사 그런 의사를 전달한다 해도 북한이 그런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낮아 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한반도 전문가인 리언 시걸 박사는 이번 특사 파견은 북한이 관련국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시걸 박사는 북한이 대화를 하는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움, 즉 잠정 중단을 중국 측에 비공개적으로 약속할 수 있다면서 그 대신 미국 측과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는 데 중국 측이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 측은 22일 이번 북한의 특사 파견과 관련해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모두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일본과 중국 등 관련국들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순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라는 궁극 목표를 도외시해선 곤란하다는 게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의 말입니다.

패트릭 벤트렐 부대변인: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의 5개 참가국이 동일한 입장을 취하는 것(stay united)입니다. 또 북한의 비핵화라는 핵심 목표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5개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벤트렐 부대변인은 중국 측이 북한의 특사 파견에 대해 사전에 통보해줬다면서 북한과의 어떠한 외교 진전이라도 거기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필수 요소라는 데 미국과 중국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