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청년, 6.25전사자 유해 발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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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남한과 북한의 청년들이 지난 19일 강원도 양구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에 동참했습니다. 특히 탈북 청년들은 전쟁으로 인해 산화한 전사자들에게 조의를 표하며 "대한민국을 지켜준 국군 전사자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측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백석산 ‘1016고지’. 백석산 밑자락에서 40여 분 동안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또 가파른 산길을 걸어 올라야 도착할 수 있는 이 고지대를 남북청년 40여 명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17일 발견된 6.25 전쟁 국군 전사자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은 남측 북한 인권 단체 ‘나우’가 기획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체험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입니다.

남북 청년들은 저마다 전사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 위해 하얀 장갑을 낀 채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합니다.

“전사한 호국영령님께 대해 헌화를 실시하겠습니다. 대표자 분 나와서 헌화하겠습니다. 호국영령님께 대하여 경례.”

전사자의 유해에 침과 같은 타액이 묻는 것을 막기 위해 하얀 마스크도 착용했습니다. 유해에 타액이 묻으면 전사자 신원 확인 작업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탈북 청년들에게는 이번 행사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탈북자들에게 ‘제2고향’인 남한을 6.25 전사자들이 지켜냈기 때문입니다.

주일용 씨(22, 함경북도 청진): 유해발굴에 대해 배우고 또 직접 보니 이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이분들이 조국을 위해 목숨 바쳐 싸웠는데 아직도 이 험한 산에 묻혀 계십니다. 겨울에 얼마나 추우시겠어요. 이분들이 빨리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대한민국에 정착할 수 있었는지 탈북 청년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이번 행사를 기획한 지성호 나우 대표의 말입니다. 지 대표도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인 탈북자로 이번 기회에 6.25 전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지성호 나우 대표: 자유를 지키기 위해 6.25 전사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현장에서 우리들이 이렇게 보고 있다는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이날 남북 청년들이 조의를 표한 유해는 팔뼈와 발목뼈 일부분이 전부였습니다. 유해와 함께 발견된 여러 개의 수류탄 고리와 탄피는 이 고지대에서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는지 짐작케 합니다.

류수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 6팀장: 이 고지대에는 20만 발의 포탄이 떨어졌습니다. 노지에 있었던 분들의 유해가 원형 그대로 나오지 않는 이유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분들의 뼈 한 조각, 한 조각을 다 찾아서 모셔야 하는데 당시 전투가 치열해서 유해가 온전하게 남아있지 않다는 겁니다.

남측 북한인권단체 ‘나우'가 주최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체험 행사'에 참여한 남북청년 40여 명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장병들이 함께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남측 북한인권단체 ‘나우’가 주최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체험 행사’에 참여한 남북청년 40여 명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장병들이 함께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RFA PHOTO/ 목용재)

전사자에게 헌화를 한 남북 청년 40여 명은 백석산 ‘1016고지’에 묻혀 있는 다른 전사자 발굴 작업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저마다 삽을 한자루씩 든 남북 청년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흙을 퍼냈습니다. 금속탐지기에서 특유의 소리가 나올 때마다 그 부근으로 달려가 땅을 팠습니다. 실제 남북 청년들은 전쟁 당시 사용했던 포탄 파편, 탄피 등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백석산은 6.25전쟁이 3.8선 인근에서 교착 국면에 접어든 1951년부터 휴전 협정을 맺은 1953년까지 수많은 전투가 벌어졌던 지역입니다. 남과 북은 군사 요충지였던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거듭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아직도 많은 유해가 백석산 일대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흥기 육군 21사단 46대대장: 미군이 1016고지를 차지한 후 한국군이 이 지역을 인계 받았습니다. 이후 초월작전을 진행해 백석산 일대를 한국군이 차지하게 됩니다. 21사단 작전 지역 가운데 이곳 백석산에서 유해가 가장 많이 발굴될 것으로 예상돼 2001년부터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남한 군의 유해가 백석산 일대에 묻혀있는지 알 수 없다고 류수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 6팀장은 설명합니다.

류 팀장이 이끄는 발굴 6팀은 지난 15일 백석산 ‘1016 고지’ 일대에서 올해 첫 발굴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발굴 6팀이 지난 일주일동안 발견한 유해는 총 5위입니다. 발굴팀에 따르면 백석산 ‘1016 고지’ 일대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160여 위의 유해가 발굴됐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현역 장교와 부사관, 일반병, 군무원 등 총 200여 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난 2007년 국방부 직할 기관으로 창설된 유해발굴감식단은 현재까지 남한 전역에서 총 9500여 위의 6.25전사자 유해를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121명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