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처형된 간부가 130여명에 달한다고 남한의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6일 밝혔습니다. 또한 이 같은 공포정치는 단기적으로는 정권의 안정을 갖고 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제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시대의 2인자나 실세는 예외 없이 숙청당했다”고 남한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언론회관)에서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지적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수석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 4년 평가와 남북관계 전망'이라는 주제로 이날 열린 회의에서 “이영호, 장성택, 현영철 숙청에 이어 최근 최룡해마저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정은은 “권력의 핵심층인 노동당과 군부 내 간부들을 숙청하면서 1인 유일지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정은 시대 와서 4년 동안 처형된 간부만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사실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100여명이 좀 넘습니다. 130여명에 이르는 정도까지 파악되고 있는데요. 그만큼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북한 간부들에게 두려움이고 권력 엘리트를 옥죄는 통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숙청의 형태도 달라졌습니다. 김일성은 남로당파, 연안파, 소련파 등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을 숙청했고, 김정일은 1997년 서관희 농업 담당 비서나 2009년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 처형처럼 “정책적 실패에 따른 숙청”을 했다면, 김정은 시대의 숙청은 “개인적 감정”에 근거해 이뤄지는 것 같다는 겁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정은 시대 와서는 개인적 감정에 근거한 숙청이 많았습니다. 김정은 시대 와서는 정치적 파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권력이 과다한 사람은 제거하고 권력이 자기에게 위협적이지 않다고 보는 사람은 강등과 복귀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4년간 통치해 왔죠.
김정은 제1비서가 공포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로 이 수석연구위원은 “나이가 많은 간부들에 대한 불신”을 들었습니다. “연로한 간부들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자기를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둘째로 김정은은 “간부들 개개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김정은은 후계자 수업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간부들의 성향을 잘 모를 수밖에 없고 그만큼 불안감도 클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셋째 원인은 김정은의 개인적 성격입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정은은 3대세습 후계자로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남들에게 쓴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을 것입니다. 김정일만 하더라도 1940년대 1950년대 자신의 아버지인 김일성 세대 사람들에게 쓴소리도 듣고 비판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한번도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안하무인적인 태도, 즉흥적인 성격에다 권력 유지에 대한 욕구가 합쳐져서 공포정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욕을 하며 '처형할 줄 알아'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내가 벽을 문이라 하면 열고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독단적” 발언을 하는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수석연구위원은 “별도 재판절차도 없이 군 최고위 간부를 공개 처형하는 공포정치는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공고하지 못하고 김정은 체제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증거”라고 해석했습니다.
이 공포정치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위신 확립과 일사불란한 충성의 대오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제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체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이수석 수석연구위원은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