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국경 인터뷰용 ‘가짜’ 북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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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 대한 서방 언론의 취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에서 돈을 받고 외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가짜로 의심되는 북한 병사까지 등장하는 모습입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인민군복을 입은 한 남자가 압록강 변 중국 영토의 옥수수 밭에서 은밀히 몸을 감추고 있다가 카메라가 다가가자 북한 인민군 훈장증을 보이며 자신의 나이와 이름을 밝힙니다.

인민군복 남자 : 표 씨이며 52살입니다.

서방 기자가 중국어로 요즘 북한이 어떤지 묻자 인민군복의 남자는 유창한 중국말로 우리나라는 매우 강하다고 답합니다.

‘길’이라는 상표의 담배와 훈장증을 한 손에 든 이 남자는 북한의 최근 정세와 식량 상황, 지도자 김정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중국말로 혹은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는 소리로 답합니다.

십 여분 동안 옥수수 밭 인터뷰가 이어지자 이 남자는 그만 질문하라면서 사례비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동영상을 주의 깊게 살펴 본 중국 언론인은 옥수수 밭의 인민군복을 입은 남자가 북한 군인으로 위장한 중국말을 쓰는 중국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줄리 쉔 차이나 디지털 타임스 : 중국사람의 억양인 중국말입니다. 하지만 베이징 출신은 아닌 것 같고 티베트나 몽골 쪽으로 보입니다.

2000년 대 중반 한국에 정착한 군 복무 경험이 있는 탈북자 김철중 씨도 북한말과 북한 사람의 특징을 모르는 서양 언론인을 속여 돈을 받으려는 사기극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김철중 : 계급을 보면 소대장인 북한에서 이십 대 중후반이나 삼십 대 초반 정도여야 하지만 이 사람은 마흔 살이 훨씬 넘어 보입니다. 이 사람이 유일하게 쓰는 한국어가 '빨리 빨리' 인데 북한에서는 안 쓰는 말입니다. 저도 남한에 와서 처음 들었습니다.

김 씨는 국경지대 중국인들이 가끔 돈을 주고 인민군복을 입어보고 기념사진을 찍는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서양 언론의 북한 취재 열기를 악용해서 가짜 북한 병사로 인터뷰를 해주고 대가를 받으려는 사기극이 분명하다고 단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