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당 책임비서가 지난 5월 중앙당 검열을 받고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중앙당 간부로 있던 형이 숙청되면서 연좌제로 처벌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김정은 정권이 고위 간부에 대한 숙청을 단행하면서 그 여파가 지방까지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통한 북한 소식통은 "허영기라고 부르는 회령시당 책임비서가 지난 5월 중앙당 검열을 받고 해임철직 되었다"고 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 허영기라고 회령시에서 그 사람이 오랫동안 당사업 해왔는데, 왜 떨어졌냐고 하니까, 중앙에서 검열이 내려와서 조사했는데... 시당책임비서라고 하면 측근이 많아요. 그 사람들이 한 번에 다 같이 다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이 소식통은 회령 주민들과 직접 나눈 전화대화를 토대로, "허영기 책임비서와 그의 측근들도 여러 명 떨어져 나갔다"며, "본인의 과오보다는 중앙에 있던 형이 숙청되면서 미친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2001년 회령시당 책임비서에 오른 허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모인 김정숙의 생가가 있는 회령을 잘 꾸리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시내 곳곳을 허물고 새로 짓는 공사를 벌려놓아 주민들로부터 '허물기'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김정숙 동상 앞에 있던 단층집이 보기 싫다고 다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 창광원을 짓는가 하면, 회령남자 중학교를 다른 곳에 옮기고, 그 자리에 시장을 건설한 적도 있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중앙당 검열에서는 이러한 성과가 주목을 받지 못했고, 자기 주변에 측근들을 꾸렸다는 비판이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그가 시당 책임비서로 오기 전에 경성군당 조직비서를 했는데, 부임되어 올 때 자기 측근들을 데려다가 회령시의 책임적인 위치에 박아 넣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기 측근을 오산여관 책임자에 앉히고, 이 여관을 거점으로 측근들과 술파티를 자주 벌였다는 겁니다.
회령시가 고향인 탈북자들에 따르면 오산여관 책임자인 김영옥은 책임비서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재산도 형성해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50대 중반의 회령출신 탈북여성은 "허영기는 건설을 많이 벌여놓아 인민들을 고생시켰지만, 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니였다"며 "중앙에 있던 그의 친형이 숙청되면서 덩달아 숙청된 것 같다는 증언이 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여성은 "형이 중앙당에 있기 때문에 도당에서 비리 자료가 올라갈 때도 형이 막아주어 15년 동안 책임비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며 "형이 떨어지면서 그 여파가 동생한테까지 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정권이 벌이고 있는 고위급 간부 숙청으로 지방 간부들도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