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인터뷰] 데이비드 맥스웰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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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북한 김정남 사건과 관련해 북한 정부의 개입이 드러나면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이 같은 방침은 1월27일 열린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 협의에서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 전문가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북한 전문가 데이비드 맥스웰( David Maxwell)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안보연구센터(CSS)부소장으로부터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와 관련해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남 암살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전제 아래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으로 이듬해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다가 2008년 핵 검증에 합의한 뒤 해제됐는데요. 김정남 암살 배후로 지목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해야 한다고 봅니까?

맥스웰: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이 외국에서 자국 시민 김정남에 대해 대량살상무기인 화학무기로 암살을 시행한 것은 분명 테러지원국 재지정 사유가 됩니다. 더구나 외국인을 고용해 훈련까지 시켜서 말레이시아에서 만들었건 아니면 북한에서 들여왔건 VX 신경가스를 암살에 사용한 것은 분명 국가가 자행한 테러리즘에 해당하고, 따라서 당연히 재지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한다면 김정은 정권에 어떤 메시지를 줘야 할까요?

맥스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테러위협국임을 분명한 어조로 말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이 말레이시아에서 벌인 행동은 분명 테러행위입니다. 과거 북한은 핵 합의 일환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엄연히 국가 차원에서 테러행위를 자행한 만큼 과거 제재해제 사유인 핵 합의에 구애받지 말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 중에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북한과 대화할 용의를 피력하기도 했는데요.

맥스웰: 북한은 테러행위를 저질렀고, 그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행동이 아닙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에 들어간 상태이지만, 미국은 1953년부터 북한과 대화를 해왔고 1994년 제네바 핵 합의 이후 여러 합의를 했지만 북한은 번번이 이를 어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지속적으로 북한에 관여 정책을 펴왔고, 대화용의를 밝혀왔습니다. 우린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성원으로 우리가 원하는 식의 대화에 호응할 것’이란 희망에 근거해 행동해선 안 됩니다. 따라서 북한이 테러행위를 벌인 이상 그에 합당한 대응을 취해야 합니다. 국가차원의 테러를 자행한 만큼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려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테러지원국에 다시 오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겠죠?

맥스웰: 미국은 북한에 대화를 구걸할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미국은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현실을 직시하고 대해야 합니다. 만일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인해 북미 대화가 막힌다면 그 책임은 북한에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용의를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북한은 먼저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북한은 이미 테러행위를 저질렀고, 계속해서 국제적 규범과 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린 북한을 그런 나라로 대해야 합니다. 북한에 당근을 제시하고, 대화용의를 밝힘으로써 북한이 기존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우리가 희망한다고 해서 북한의 행동이 바뀌진 않을 겁니다. 공은 북한 쪽에 있습니다. 북한이 대화하고자 한다면 국제사회도 호응할 겁니다. 북한이 핵을 해제하고자 한다면 우린 북한의 안보불안 해소에서 관계정상화 조치에 이르는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겁니다.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하는 책무는 북한에 달려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년 이상 그런 행동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테러행위에 대해 북한은 응당 책임을 져야 합니다.

기자: 북한은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 군사도발 같은 강력한 반발이 예상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북한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맥스웰: 우선 미국은 북한의 도발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린 북한이 협박 전술에 따라 정치,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려는 시도를 잘 압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든 않든 북한은 여전히 군사 도발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북한은 지금 한국에서 진행 중인 한미연례합동 군사훈련을 핑계로 군사도발을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재지정 명단에 올리는 걸 미국이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그럴수록 미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국이 북한을 확실히 방어할 수 있도록 미국이 지원해야 합니다.

기자: 테러지원국에 지정되면 미국의 각종 경제제재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미국과 국제사회의 엄격한 국제제재를 받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문도 있는데요?

맥스웰: 무엇보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통해 북한의 무책임한 행동을 국제사회에 인지시키는 건 올바른 입니다. 재지정에 따른 제재로 북한이 고통을 얼마나 더 받느냐 여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일단 재지정이 이뤄지면 북한은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망에서 제외돼 그들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테러행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이미 북한이 혹독한 제재를 받고 있어 재지정에 따른 추가 제재효과에 의문이 있긴 해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은 올바른 일입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