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36년 만에 제7차 당대회를 열어 김정은 제1비서를 노동당 위원장으로 선출해 김정은 독재체제의 틀을 더욱 굳혔다는 관측입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개발과 대외관계 개선 등에서 획기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 그의 권력 공고화는 불완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입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해 전문가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북한 지도부 연구로 정평있는 켄 고스(Ken Gause)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국제문제 담당국장의 견해를 소개합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북한에서 김정은 시대 들어 처음으로 노동당 당대회가 36년 만에 열렸습니다. 우선 이번 7차 당대회에서 주목할 점이 있었나요?
고스: 제가 볼 때 두가지 점에서 특기할만 합니다. 하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권력기반과 정당성을 계속 공고히 하기 위해 김일성의 이미지를 복원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당대회 연설 곳곳에서 김 위원장은 김일성 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말을 했습니다. 또한 그의 옷차림과 행동가짐이 과거 김일성을 연상시키게 하고, 새로 추대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란 직함도 실은 김일성이 1949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가졌던 겁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에 김 위원장 연설을 보면 중요한 정책변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김 위원장은 여전히 핵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꾀하는 병진노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헌법에서 뿐아니라 이번엔 당 결정서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명문화했는데 이는 기존의 핵 노선을 재확인한 겁니다.
기자: 이번 대회를 보면 특히 눈에 띄는 게 김정은 제1비서가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된 점인데요. 과거 김일성은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지만 김정은은 ‘중앙위원회’를 빼고 그냥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는데요. 그 배경은 뭘까요?
고스: 김정은 위원장은 그걸 통해 기본적으로 김일성의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고 싶어합니다. 사실 김일성이 통치하던 1949년에서 1960년대 중반은 북한의 대남관계 측면에서 ‘황금 시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은 적어도 선전 효과를 위해서 북한을 그 시절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겁니다. 이번 당대회를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는데 과거 주기적으로 양복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타난 사람이 바로 김일성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이번에 노동당 위원장이란 직함을 다시 부활시킨 것도 주민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던 김일성 시대의 추억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이번 대회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게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이 기존 3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5명으로 확대된 점인데요. 특히 그 산하에 정무국이 신설됐는 데 그 이유를 뭐라고 봅니까?
고스: 맞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게 당의 장악력을 더 공고히 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무국을 신설한 것은 종전의 서기국을 대신해 정권 곳곳에 당의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것이죠. 정무국 명단에 포함된 김기남, 최태복, 김평해 등 면면을 보면 과거 서기국에서 근무하던 당료들입니다.
기자: 이번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단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처음으로 진입했는데요. 현재 김여정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함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여정이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들어간 것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고스: 김여정이 중앙위원회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당 고위직으로 가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고 봅니다. 향후 2년 간 이런저런 명목의 당 행사에서 김여정은 계속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결국 당의 선전선동부장과 같은 핵심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봅니다. 과거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그런 식으로 고위직에 올랐습니다.
기자: 이번 7차 당 대회를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 공고화가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습니다. 이번에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됨으로써 김정은이 자신의 독재권력을 100% 완전히 공고히 했다고 봅니까?
고스: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정치, 군사 부문의 모든 권력을 틀어쥐었기 때문에 권력을 완전히 공고히 했다고 보는 경향이 있고, 저도 동감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권력 공고화는 학습 과정, 그리고 관계구축 과정이 필요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주민들과의 관계를 잘 구축해서 자신의 뜻이 의도한 대로 실천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인 실적을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만일 그가 김일성 이미지에 안주하고,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정책에 묶여있는 한 자신만의 시대를 열어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권력 공고화를 완전히 이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시 말해 그가 김일성, 김정일 시대 정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한 자신의 권력기반을 완전히 확립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연구소 국제문제 담당국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