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대신 신설된 국가직 '최고수위'인 국무위원장에 추대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추대는 그가 향후 국정을 군대 중심에서 벗어나 일반 국민의 경제에 더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인터뷰> 이 시간에선 이 문제와 관련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북한이 6월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기존의 국방위원회 대신 국무위원회가 신설됐습니다. 국방위원회가 단순히 국무위원회로 이름만 바뀐걸까요? 아니면 신설된 국무위원회의 위상이나 기능이 훨씬 강화된 건가요?
란코프: 제가 볼 때 그냥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봐도 대체로 정확할 겁니다. 하지만 그냥 이름을 바꾸는 것 이상으로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 주민들과 세계에 어떤 신호를 보내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 1990년대부터 북한 최고 지도자는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었습니다. 여기엔 군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 즉 선군시대에 북한에서 국가최고기관의 공식적 이름은 군대와 직결된 이름이었습니다. 이번에 국방위원회 대신 국무위원회로 이름을 바꾼 기본적인 신호는 선군정치는 그대로 남겨두되 앞으로 국정의 초점은 인민군보다 일반 국가기관에 두겠다는 겁니다. 사실 2012년 이후 김정은의 정책을 보면 노동당과 국가기관을 많이 강조하고 인민군은 옛날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기자: 그런데 하필 왜 이 시점에 김정은 위원장이 국무위원장에 추대됐을까요?
란코프: 시기적으로 별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지만, 세월이 갈수록 아마도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노선을 더 강조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노선이란 선군정치에서 조용히 벗어나 정상적인 정치를 펼치는 것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국방위원회 대신 국무위원회가 신설된 것은 북한이 선군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 좀 더 ‘정상적인 국가’로 가려는 조짐이라 볼 수 있다는 건가요?
란코프: 네, 사실상 그렇습니다. 물론 북한은 급격한 변화를 너무 위험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선군정치를 갑자기 페지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번 조치를 통해 앞으론 조금씩 인민군의 역할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2013년부터 고위 장성들을 많이 숙청하고 인민군이 경영하던 외화벌이 회사를 내각으로 편입시킨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이 같은 새로운 체제는 군사적 의미보다 일반 경제를 많이 뒷바침, 강조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은 최근 '최고수위'인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국무위원장에 추대됨으로써 김일성 김정일처럼 절대독재체제, 유일독제체제를 완결지었다고 할 수 있나요?
란코프: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이미 말씀드린 대로 이번에 국방위원회를 국무위원회로 바꾼 것은 이름 뿐입니다. 상징적인 행위입니다. 다시 말해 주민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한 하나의 행위인데 실제 정치와 별 관계가 없을 수 있습니다.
기자: 이번 국무위원회 구성을 보면 과거 국방위원회에 포함돼 있지 않던 박봉주 내각 총리는 물론 김기남 선전선동 담당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국제 담당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영호 외무상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란코프: 이미 말씀 드린대로 앞으론 북한에서 인민군이 덜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박봉주는 경제 책임자로 북한의 경제변화, 경제개혁을 많이 경영해온 사람입니다. 그는 옛날보다 더 인정받고 힘도 더 많이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포함됐다고 해서 너무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여전히 군사지출이 너무 많고,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해 주민들이 많이 희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데, 기본 메시지는 선군정치를 공개적으로 포기하진 않겠지만 국무위원회 신설을 계기로 이제부턴 이전처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또 병진노선이라 해도 군사정책보다 일반 경제,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경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선 북한이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무위원회를 신설한 배경 등과 관련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