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최근 라오스에서 열린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의 윤병세 외교 장관을 만나 최근 한국 정부의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결정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 전문가의견해를 살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이 문제와 관련해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아시아지역안보포럼에서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을 만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의 사드 배치결정을 두고 “양국의 상호 신뢰에 해를 끼쳤다”면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왕이 부장의 발언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글레이저: 중국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분명 금지선을 그어놓았기 때문에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을 자국의 체면이 구겨진 걸로 보았을 것입니다. 중국은 한국이 사드배치를 결정하면 후과가 따를 것이라며 누누히 경고해왔고, 그런 점에서 한국의 결정을 순수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사드배치로 중국의 핵억지력이 심각히 손상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을 미국과 한국에게서 받는 쪽으로 결국은 자국의 입장을 조정할 것으로 봅니다. 사드 때문에 중국이 종전보다 더 북한에 가까워졌다곤 보지 않습니다.
기자: 혹시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 등에 대한 중국의 반대를 악용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더 벌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글레이저: 우린 이미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행태는 물론 북한이 연례 한미군사훈련을 포함, 갖가지 이유를 대며 도발행위를 정당화하려는 행위를 목격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사드를 이용해 또 다른 도발을 정당화하려 할 겁니다. 북한이 머지 않은 장래에 더 많은 탄도미사일 시험, 심지어 핵실험을 해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북한의 이런 위협, 도발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마땅히 취해야 할 행동을 자제하는 건 없을 겁니다.
기자: 한국이 7월8일 사드배치을 결정한 뒤 북한이 잇따른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하지만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엔안보리가 규탄 성명을 발표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의 방해 때문일까요?
글레이저: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해상발사 미사일을 포함해 지상발사 미사일 등 숱한 도발을 일삼았기 때문에 중국도 매번 유엔안보리 성명이 나오는 걸 원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유엔안보리 규탄성명 지연이 사드 문제와 직접 연계돼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자국과 국제사회에 최상의 이익은 무엇인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6자회담의 재개를 바라지만 진전이 없어 좌절감을 느껴왔습니다. 중국이 바라는 건 한편으론 대북 제재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북한에 동기부여를 주는 식의 균형 정책입니다. 그걸 통해 좀 더 생산적인 결실이 이뤄져 한반도가 더 안정되길 바라는 겁니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충분한 동기부여를 하지 않으면서 제재 일변도 정책을 펴는 데 좌절감을 느낍니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에 맞서 유엔 차원의 제재 성명을 고려할 때마다 중국은 바로 이런 요인을 감안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만일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그땐 중국도 유엔의 추가제재 결의를 지지할 것으로 봅니다.
기자: 혹시 사드 문제 때문에 앞으로 북한 핵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이 중국의 협조를 얻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요?
글레이저: 지금까지 중국의 협조가 부족했던 건 아닙니다. 중국은 대북제재와 관련해 기술관련 품목의 수출을 금지하는 긴 목록을 발표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공식, 비공식적으로 중국이 대북제재에 완전히 동참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제재로 북한에 불안정한 요인이 생기기 전까진 계속 제재에 동참할 겁니다. 하지만 제재로 불안정 요인이 생기면 중국은 발을 뺄 것으로 봅니다.
기자: 그러니까 중국이 사드에 반대한다고 해서 북핵 문제에 관해 협조를 덜 할 것이라는 건 기우란 뜻인가요?
글레이저: 그렇습니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대북정책, 그리고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한반도에서의 중국의 광범위한 이익과 함수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이 중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장기적 안목에서 어떤 충격을 줄 것으론 보지 않습니다.
기자: 결론적으로 중국은 한국의 사드배치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 등과 계속 협조할 것으로 봅니까?
글레이저: 맞습니다. 중국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재개하고 유엔의 대북제재결의 이행하며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노력하는 데 중요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사드배치 결정은 중국이 원치 않는 것이었지만 미국과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사드가 진정 중국의 안보를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설득하기 위한 집중 노력을 펼친다면 결국은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사드와 관련, 시진핑 주석은 구겨진 체면을 살려야 할 수도 있기에 미국과 한국은 사드가 중국이 아닌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천명해야 합니다.
네, 지금까지 사드배치와 관련한 한중 갈등 문제에 관해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