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인터뷰] 란코프 “가족소환령 내려도 특권층 탈북 못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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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의 영국주재 태영호 공사가 가족과 함께 한국에 귀순했다고 한국 통일부가 17일 밝혔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태 공사는 북한체제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자유민주주의를 동경해 한국으로 귀순을 결심했다는데요. 북한 현안과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오늘 순서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기자: 우선 이번 태영호 공사의 귀순이 주는 의미를 어떻게 봅니까?

란코프: 최근 외교관을 비롯한 북한 고급 간부들, 특권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이 탈북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외교관 탈북사건은 올해 알려진 것만 해도 7~8건 정도입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사건도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의 탈북 횟수는 더 많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태영호 공사의 탈북은 예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무엇보다도 태영호 공사도 그의 부인도 백두산 줄기 즉 항일 빨치산 가문 출신입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북한에서 힘이 제일 많은 100여개 가족에 속합니다. 북한에서 이만큼 높은 위치의 사람이 탈북한 예가 없지는 않지만 별로 많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태 공사의 탈북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기자: 태 공사의 귀순은 해외주재 외교관 같은 북한 엘리트층의 동요로 볼 수 있습니까?

란코프: 최근 경향을 보면, 북한 무역일꾼이나 외교관들은 옛날보다 더 자주 탈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동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니까 기본적인 이유는 김정은시대 숙청입니다. 북한은 1960년대 말, 갑산파 숙청 때부터 가문이 좋은 사람, 최고 특권 계층 사람을 겨냥한 숙청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80년대 초 국가보위부를 중심으로 한 숙청사건도 있었고, 90년대 말 심화조 사건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예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시대 옛날보다 숙청을 더 많이 할 뿐만 아니라 숙청대상이 된 사람들은 노동교화로 보내지 않고 처형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 때문에 정치 문제가 생긴 북한 특권계층 사람은 처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탈북을 선택합니다.

기자: 김정은의 숙청정치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이 계속될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그렇다고 봅니다. 김정은은 특권층을 향한 공포정치를 포기할 의지가 없습니다. 현재 김정은의 숙청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미래에 대해서 공포가 많은 특권계층과 해외주재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은 계속 있을 것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이들의 탈북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지만 완전히 가로막을 수 없습니다.

기자: 북한 정권은 해외 엘리트 층의 망명을 막기위해 가족 소환령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과연 완전히 막을 수 있을까요?

란코프: 가족 소환령이 내려졌는지 아직 모르지만 만일 내려졌다면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들은 인질입니다. 설령 그들이 수용소로 끌려가지 않을 경우에도 북한에서 차별과 고통이 많은 생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탈북을 가족들에 대한 배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외교관들의 탈북을 완전히 가로막을 수 없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가족들을 그리 중요시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소환명령을 받고 북한에 도착하자마자 죽을 것을 아는 외교관의 경우 탈북은 가족에 대한 배신행위가 절대 아닙니다. 설령 해당 외교관이 귀국하자마자 체포되고 정치범으로 처형될 경우 가족들이 처할 운명이나 귀국하지 않고 탈북했을 때 가족들이 처할 운명은 똑같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가족 소환령을 정말 내렸다면 탈북사건은 줄어들 것 같지만 그래도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