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8월24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해 또 다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유엔안보리가 이를 강력히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신속히 채택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미사일을 지상 탄도미사일로 전용할 경우 지금보다 사거리가 훨씬 늘어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미국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Jeffrey Lewis) 동아시아담당국장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우선 북한이 이처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까닭은 뭘까요?
루이스: 제가 볼 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어느 나라든 핵무기 개발 계획을 추진하면 자부심이 높아지는 요소가 있습니다. 분명 북한처럼 잠수함탄도미사일을 개발할 만한 능력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진정한 군사능력의 개발 차원이죠. 잠수함탄도미사일은 적의 미사일 방어망에 대한 뛰어난 방어무기입니다. 즉 북한이 잠수함탄도미사일 능력을 갖게 되면 후방에서 향후 남한이 배치하게 될 미사일방어망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이죠.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때 남한의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망 체계를 염두에 두었을 수도 있겠군요?
루이스: 그렇다고 봅니다. 제가 북한이 이런 시험발사를 눈여겨 보면서 느낀 점은 다른나라의 탄도미사일 시험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즉 북한이 시험발사하는 거의 모든 탄도미사일은 수직으로 발사하고, 수직으로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런 식의 발사는 다른 나라들에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 경우 설령 탄도미사일이 장착된 연료를 모두 소모해도 완전한 거리에 도달하지 못하고 짦은 거리만 날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수직으로 발사해 수직으로 낙하하도록 탄도미사일을 시험하는 데는 기존의 단거리 미사일보다 훨씬 빨리 한국에 발사하겠다는 목적이 담겨있습니다. 그런 각도로 탄도마사일을 발사해 상당히 빨리 낙하하도록 함으로써 고고도미사일방어망 체계가 잡아낼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북한은 이런 식의 시험발사는 잠수함탄도미사일 뿐 아니라 무수단 탄도미사일도 그랬습니다. 북한이 무수단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사거리 때문에 괌을 겨냥한 것으로 보았지만 제가 볼 때 실은 부산입니다.
기자: 최근 개인블로그인 ArmsControlWonk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이번 잠수함탄도미사일을 지상발사용으로 개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북한이 과연 그런 능력이 있을까요?
루이스: 그렇다고 봅니다. 중국이 과거 잠수함탄도미사일 JL-1 을 개조한 뒤 중거리핵탄두미사일 DF-21을 개발해 실전배치했습니다. 중국은 다른 어떤 핵탄두 미사일보다 DF-21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개발당시 중국은 잠수함탄도미사일의 발사통을 트럭에 장착했습니다. 북한이 군사행진 때 트럭에 선보인 무수단 미사일도 실은 구소련 잠수함탄도미사일을 모델로 한 것입니다. 잠수함에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것이나 트럭에 탑재하는 것이나 관련 기술을 아주 비슷합니다.
기자: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은 한국의 사드 체계에 대해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봐야죠?
루이스: 맞습니다. 두 가지 잇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잠수함탄도미사일은 적의 레이더 후방에서 발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를 지상발사용으로 개조할 경우 핵탄두 적재량에 따라 사거리는 1,000km를 훌쩍 넘어 2,000km까지도 가능합니다. 만일 북한이 지상용 탄도미사일을 수직으로 500km 상공으로 발사할 경우 낙하 속도와 각도를 감안할 대 사드로 막아내기가 벅찰 겁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겨냥해 설계된 사드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도 있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한 번도 시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사드는 3,000km 혹은 5,000km 사거리의 탄도미사일도 막아낼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한번도 시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한국에 배치될 사드로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이든 지상발사용 탄도미사일이든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까요?
루이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지상발사용으로 발사하는 사거리 2,000km 탄도미사일을 과연 사드로 어떻게 방어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북한이 잠수함탄도미사일로 사드의 레이다 후방에서 공격할 경우 레이다 각도를 바꾸기 전엔 속수무책입니다.
기자: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최소 2개 사드포대가 필요하겠군요?
루이스: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바다 쪽으로도 사드를 겨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개 사드 포대의 레이더는 120도까지 상공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거론되는 한국의 성주에 사드포대를 배치해 북쪽으로 레이더를 겨냥하면 북한의 지형을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바다 쪽은 전혀 파악이 안 되죠. 그래서 북한이 바다 쪽에서 사드 쪽으로 잠수함탄도미사일 1발만 발사해도 사드 포대는 사라지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한국에서 재래식 탄도미사일의 비중을 더욱 높일 것으로 봅니다.
네, 지금까지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비확산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