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인터뷰] 스티븐 해거드 “유엔 추가 대북제제 결의, 내용보다 실천에 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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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9월9일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추가 대북 제재논의에 들어갔지만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제재 결의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유엔의 향후 나올 대북 추가제재 결의가 내용보다는 실천방안에 더 역점을 둘 것으로 봅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 해당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오늘은 이 문제와 관련해 스티븐 해거드 (Stephan Haggard)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최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추가 제재와 관련해 유엔 차원의 다국적 제재는 찬성하면서도 일부 국가의 일방적인 제재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는데요?

해거드: 중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결의에 거부권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결의가 채택될 수 없고, 결의 내용도 결국 중국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대외무역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보니 유엔의 추가제재가 나와도 성공은 전적으로 중국의 실천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추가 제재결의에 어떤 내용을 포함할 것인가와 실천가능한가 라는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제가 볼 때 유엔의 제재논의가 그저 새로운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못지않게 실천 방안에도 더 신경을 쓸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일방적 제재를 반대한다고 한 뜻은 현 단계에서 이런 제재가 북한을 직접 겨냥하기보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관들이 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우려하는 겁니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의미하는데요. 중국은 이 조항을 전적으로 반대합니다. 따라서 중국이 일방적인 제재를 반대한다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기자: 북한이 최근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는 우방인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다하지 않았고, 따라서 중국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해거드: 좀 복잡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짧게 답하자면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중국은 북한의 불안정에 합당한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중국은 북한정권이 무너져서 북한 주민들이 중국 국경 너머로 몰려드는 건 원치 않습니다. 대북제재에 관한 한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결의 2270호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아주 점진적인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이 최근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발표하면서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다. 이에 반발한 중국이 대북제재 실행 속도를 훨씬 더 늦춘 것이지요. 사드 문제가 중국과 한미 양국 간에 쐐기를 박은 셈입니다.

기자: 방금 사드 문제를 언급하셨는데요. 이 문제 때문에 관련국 간의 대북제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가요?

해거드: 그렇습니다. 몇 주 전 베이징을 방문했는데 중국은 사드 배치에 아주 심기가 상했습니다. 중국은 지금 북한 문제보다 사드에 더 신경을 쓰고 있고, 이게 미국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 지도자가 사드 배치가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한 것은 옳은 말입니다. 그건 사드를 배치하되 북한의 행동 여하에 따라 조건부로 하겠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북한이 핵협상에 복귀하면 말입니다.

기자: 그게 사실이라면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모종의 역할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해거드: 북한 대외무역의 약 90%를 차지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따라서 중국 외에 다른 나라들이 추가로 대북제재를 할 수 있는 범위는 아주 제한적입니다. 중국의 제재 참여가 왜 중요한지 말해줍니다. 하지만 제재와 협상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재의 목적은 북한으로 하여금 그들의 전략적인 방향을 바꾸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한 중국의 지적은 옳습니다. 한국과 미국도 어떤 형태든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기자: 혹시 사드 문제를 놓고 중국이 미국과 한국에 불만을 제기하는 틈을 이용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건 아닐까요?

해거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군사적 의도를 알 길은 없습니다. 과거 역사를 보면 북한은 이웃 나라들의 다툼을 잘 활용해온 선례가 있습니다. 만일 중국이 한국과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한다면 북한은 상당히 불리해지겠죠. 따라서 사드 때문에 중국은 물론 미국과 한국을 분열시킨다면 정치적으로 북한이 분명 이득이 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사드 문제가 향후 미국이 대북제재 결의 등과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최근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문제와 관련해 스티븐 해거드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