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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그랜드 바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미국에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한국과 대북 정책에 이견이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이 용어가 북한에 '그릇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한국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그랜드 바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줄 것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25일 밝혔습니다.
'그랜드 바겐'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이 원하는 바와 6자회담 나머지 참가국들이 원하는 바를 한꺼번에 내 놓고 일괄타결하자는 뜻입니다.
이 외교 소식통은 “만약 미국이 '그랜드 바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할 경우에 대비해 한국은 일괄타결을 뜻하는 ‘포괄적인 해법(comprehensive resolution)’이라는 단어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통은 미국이 '그랜드 바겐'이라는 용어를 거부했다고 해서 한미 간 북핵 해법에 대한 의견차가 있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경우,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치•경제적으로 돕는다는 그랜드 바겐의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아직 6자회담에 복귀도 하지 않았고 2005년 합의 사항을 존중할 뜻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말 그대로 ‘큰 흥정’을 뜻하는 '그랜드 바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으며, 북한에 그릇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은 '그랜드 바겐'이라는 용어를 둘러싼 문안 조정 작업을 거쳤고, 19일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그랜드 바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결정적이고 포괄적인 해법(definitive and comprehensive resolu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한편, 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오는 8일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양자 ‘협상’이 아니라 ‘접촉’의 성격이 강하며, 이를 통해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거론한 ‘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등도 “북한과 6자회담장에서 논의할 의제를 언급한 것이지 보즈워스가 이번에 평양에서 논의할 의제는 아니다”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