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김정은, 선대 수령들 업적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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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김정은 정권이 선대수령들이 내놓은 정책과 구호들을 이유 없이 폐지하거나 바꾸고 있어 주민들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새로 내놓는 정책과 구호가 하나같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롱거리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엉뚱한 것들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해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조국광복’이라고 부르던 기념일을 조국해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후 북한의 언론들은 일제히 8월 15일 조국광복기념일을 ‘조국해방 기념일’이라고 정정했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으며 기념행사에 다녀 온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8.15를 ‘조국해방 기념일’이라고 했는데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주변 사람들이 몹시 혼란스러워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최근 ‘평양 표준시간’을 새로 제정한 것에 대해서도 소식통은 선대 수령들을 생각이 모자란 친일파로 만들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제 때 제정된 표준시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음을 이번 평양시간 제정을 계기로 알게 되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이로 하여 주민들속에서는 한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친일파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뒤숭숭한 논란까지 있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한편 1일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김일성이 개선연설에서 외친 구호가 인민들의 주머니를 털어내기 위한 김정은의 구호로 다시 등장했다”며 “건국의 아버지로 떠받들어지는 김일성의 업적이 김정은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방 후 김일성은 “돈 있는 사람은 돈으로, 지식 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힘 있는 사람은 힘으로 부강한 자주독립 국가를 건설하자”고 개선연설을 했습니다. 현재 김정은 정권이 자금난 해소를 위해 이 연설의 내용을 악용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최근에도 김정은 정권은 개별적 주민들과 간부들에게 ‘충성의 선물’과 ‘할당 과제’라는 걸 주어 가난한 백성들의 주머니를 털어낸다며 “김일성이 개선연설을 하던 때로 시간이 되돌아 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고 그는 질타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자금 모으기에 혈안이 된 당국에 “우리가 쌀을 달라고 하냐, 물을 달라는 것이냐, 전기를 달라고 하냐 아무것도 보장해 주지 않을 바엔 제발 뜯어 가지만 말아 달라”는 불만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충성의 선물’은 개인과 집단이 특별한 계기를 맞아 김정은에게 값진 기념품들을 선물하는 것을 뜻합니다. ‘할당 과제’는 일정하게 기한을 정해 주민들에게 얼마씩의 외화벌이 과제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