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작금의 홍콩 민주화 시위는 억압 정부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기존의 북한 체제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북한인권 전문가인 로베르타 코헨(Roberta Cohen) 북한인권위원회(The 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 공동의장이 주장했습니다. 변창섭 기자가 코헨 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이번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켜보면서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코헨: 우선은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이번 홍콩 사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적어도 북한 관리들이나 엘리트층 일부는 알고 있을 겁니다. 아주 많은 북한 주민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현재 중국 정부도 홍콩사태에 관한 자국 언론의 보도를 통제할 뿐 아니라 자국민이 홍콩 사태를 알지 못하도록 인터넷이나 인스터그램 등 사회관계망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이 홍콩 사태를 꼭 알았으면 합니다.
기자: 홍콩 사태와 관련해 북한주민들이 꼭 알았으면 하고 바라는 게 있습니까?
코헨: 우선 이번 사태로 무엇보다 수만 명의 홍콩 시민, 학생들이 성명서를 통해 자유선거를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그들은 중국 중앙정부의 직접 통제보다는 자치를 원합니다. 이는 자유 선거가 없는 북한 주민들에겐 관심사인 게 분명합니다. 홍콩 시민들은 행정수반을 뽑는 선거에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이 누리는 보통선거권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도 주민들이 보통선거권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기들이 원하는 후보를 찍을 수 있는 권리가 없으면 이런 보통 선거권은 별 의미가 없지요. 홍콩 시민들이 제기한 문제도 이겁니다.
기자: 사실 북한 주민들도 투표는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자기들이 원하는 후보가 아닌 국가에서 정해진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점이죠?
코헨: 맞습니다. 북한엔 자유 선거가 없죠. 말씀하신 대로 북한 주민들은 투표는 할 수 있겠지만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에 대한 결정권은 없습니다. 따라서 홍콩 사태를 지켜본 북한 주민들은 자기네 정치 제도를 들여다보고 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하는 지에 관해 나름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투표가 단순히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후보를 찍는 행위가 아니며, 위에서 강요된 후보가 아니라 자기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후보를 뽑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는 것이죠.
기자: 그런데 문제는 북한 주민들이 설령 홍콩 사태에 관한 소식을 접해도 정부에 항의하거나 반대를 조직화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 아닐까요?
코헨: 북한처럼 억압적이거나 독재적인 정부는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은 변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홍콩 사태를 보고 생각을 조금이라도 달리 하기 시작한다면 훗날 행동을 위한 변화나 기대감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사고체계까지 통제하려 하지만 생각은 변하기 마련이며, 그것까지 당국이 통제할 순 없습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주민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가 있다는 것이죠. 북한 주민들이 지금은 자유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당을 무서워하고 당의 지침을 따르지만 이들의 생각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 모릅니다. 홍콩 사태를 본 북한 주민들은 스스로 북한 체제를 돌아보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정부, 원하는 후보를 뽑을 수 있는 자유, 정부가 국민에 책임을 지게하고 달리 표현 방법이 없을 때 시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작금의 홍콩 사태가 북한 주민들에게 궁극적으론 ‘저항의 싹’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코헨: 맞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생각이 변하면 억압적인 정권 밑에서 사는 다른 나라 국민들과도 연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즉 홍콩 시민들이 원하는 것처럼 자치 정부, 뽑고 싶은 후보를 뽑을 정치적 권리 등에 대한 것이죠. 외부세계에서 오는 이런 연대감은 북한 주민에겐 큰 힘을 줄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