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 앞 경칭 붙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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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노동신문 좌측 상단에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문구가 있죠. 그런데 이 문구가 올해 첫날부터 바뀌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앞에 각각 '수령'과 '령도자'라는 경칭이 붙은 건데요. 이유가 뭘까요.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올해 1월 1일자 노동신문의 좌측 상단 문구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 혁명사상 만세”라는 내용으로 수정됐습니다.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자”라는 내용에서 변경된 겁니다.

변경된 문구 중에서도 김일성과 김정일 앞에 ‘수령’과 ‘령도자’라는 경칭이 붙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특히 지난해 6월 개정된 사회주의헌법의 서문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경칭이 삭제됐는데도 “노동신문 좌측 상단에 경칭이 다시 등장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이는 김정은의 정치적 위상과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남측의 북한·통일정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반열에 자신을 올려두려는 김정은의 시도가 실패했다”는 분석을 5일 내놨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7차 당대회를 계기로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버금가는 최고수반의 위상을 정립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북제재와 함경북도 수해 등 국가 재난이 발생하면서 명실상부한 '김정은의 시대'를 선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아직 '홀로서기'는 어렵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즉 ‘김정은 시대’를 선포한 7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은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다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그림자에 숨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수령님과 장군님을 믿고 ‘세상에 부럼 없어라’의 노래를 부르던 시대가 역사가 아닌 현실이 되도록 분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말미에는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자책 속에 한해를 보냈다”고 자아비판성 언급을 한 것도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분석입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아직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권위를 능가하지 못했다”면서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통치’ 시대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신문 좌측 상단의 문구는 김정은 집권이후 수차례 변경돼 왔습니다.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2년 초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주체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자”라며 김일성에 대한 경칭을 사용했다가 같은해 2월 26일을 기점으로 생략됐습니다.

이후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자’,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 만세’ 등으로 변경됐다가 다시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자’로 바뀌었고 올해 첫날 경칭을 사용한 문구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