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5형 뭉툭한 탄두부는 재진입 실험용”

평안남도 평성 '3월 16일' 자동차공장에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조립시설. 사진은 이곳에서 화성-15형 미사일을 살펴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평안남도 평성 '3월 16일' 자동차공장에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조립시설. 사진은 이곳에서 화성-15형 미사일을 살펴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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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뭉툭한 탄두부는 재진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재기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의 군사정보업체 IHS제인스(HIS Jane’s)의 칼 듀이 선임분석관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재진입체가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갈 때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탄두부 모양을 뭉툭하게 바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듀이 선임분석관: 재진입 시 진동과 고열, 또 압력과 고열의 상호 작용 등 탄두부 형태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재진입체가 대기권에 무사히 진입할 수 있는 기술을 외부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형태를 바꾸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듀이 선임분석관은 뾰족한 탄두부보다 뭉툭한 탄두부가 열을 잘 분산시키고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습니다. 앞선 두 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기술 확보 여부에 대한 논쟁이 일면서 북한은 이러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미국 참여과학자연대의 데이빗 라이트 박사도 탄두부를 뭉툭하게 함으로써 대기권 상층부에서 강하 속도를 낮추려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라이트 박사: 저는 북한이 탄두부를 덜 뾰족하게 한다면 (마찰이 더 많아져) 대기권 상층부에서부터 강하 속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밀도가 높은 대기권 하층부에 들어오면 속도가 상당히 낮아져 높은 온도를 견딜 필요가 없어진다는 말이죠. 기술적 분석이 더 필요하지만 더 뭉툭하고 두꺼운 화성-15형의 재진입체 모양이 그런 경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라이트 박사는 탄두부 두께가 얇아지고 뾰족해지면 목표물을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북한의 경우는 대도시를 공격 목표로 하는 등 정확도보다는 재진입기술 확보에 더 비중을 두고 있어 이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라이트 박사는 또 탄두부가 뭉툭하면 탄두를 더 앞쪽까지 탑재할 수 있어 더 안정감 있게 날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다탄두 탑재를 위해 재진입체 형태를 뭉툭하게 했다는 분석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라이트 박사는 또 북한이 화성-15형을 고각으로 발사한 이유는 일본 상공을 통과하지 않으려는 목적 이외에도 북한이 화성-15형의 발사 궤도를 자국 레이더로 관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라이트 박사: 북한이 이번 발사 시험에서 고각이 아닌 정상각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재진입체 제조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었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아마도 정상각도에서 성공적인 재진입이 가능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거리가 긴 탄도미사일은 비행 중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 표적을 맞추기 위해 다시 대기권 안으로 들어가는 절차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탄두부가 초고속으로 공기 밀도가 높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열과 압력을 견디지 못할 경우 대기권 재진입 후 폭발하게 됩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을 지낸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의 올리 하이노넨(Olli Heinonen) 선임고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를 지금 갖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선임고문: 북한이 이미 재진입체 기술 확보에 나섰고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정보당국의 분석입니다. 화성-15형의 사거리를 고려할 때 북한이 탄두 중량을 500킬로그램 이하로 줄일 수 있느냐 논쟁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이노넨 선임고문은 그 피해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전쟁이 발발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더구나 현재 북한의 미사일 기술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정보 당국의 상황 인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보당국이 정보를 입수해 분석하는 데 수 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