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안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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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해서 자위력 확보는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미국 플레처 외교대학원의 이성윤 교수가 주장했습니다. 변창섭 기자가 이성윤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우선 북한이 왜 하필 이 시점을 택해 4차 핵실험을 했을까요?

이성윤: 정확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핵실험을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북한은 2006년 6월 첫 핵실험을 한 후 3년마다 핵실험을 해왔습니다. 2009년엔 5월, 2012년엔 2월에 핵실험을 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과거 연초, 특히 상반기에 큰 도발을 저지르고 평화공세로 협상을 하자며 많은 보상을 챙겨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핵실험은 전혀 놀랄 일은 아닙니다.

기자: 이번에 북한이 원자탄이 아닌 수소폭탄 핵실험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만일 그런 핵실험을 한 게 사실이라면 의도를 뭐라고 봅니까?

이성윤: 글쎄요. 지난 연말부터 북한 김정은이 수소 핵폭탄 실험준비가 다 돼 있다며 선전을 해왔다. 이번 수소폭탄 핵실험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는 경우 북한의 핵 위협이 몇 십 배, 몇 백 배 강화됐다는 점에서 큰 위협이지요. 하지만 이번 실험이 수소폭탄 핵실험이냐 아니냐 단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논점을 북한이 여기다 두면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이 과장을 하고 거짓말로 수소 핵폭탄 실험을 못 하고도 했다는 것으로 밝혀졌을 때 그 경우 우린 북한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늘 그래왔습니다. 1970년대, 80년대, 90년대, 심지어 2000년대 들어서도 늘 북한의 핵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성향으로 바라봤습니다. 제1차 핵실험 이후에도 이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보다 크게 뒤떨어진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선 이번 실험이 설령 수소폭탄이 아닌데 그렇다고 과장하고 거짓말 해도 잃을 게 없습니다. 꾸준히 그 방향으로 나가고 있고, 핵미사일 능력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을 과소평가한다면 화를 자초할 걸로 봅니다.

기자: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게 물론 자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미국을 향한 협상용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도 있겠죠?

이성윤: 협상용도 맞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협상에서 큰 보상을 얻고 핵을 포기한다는 차원의 협상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협상입니다. 그래서 장기 전략적으로 북한의 목표는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 됨으로써 인정을 받고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두렵게 만든 뒤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평화협정을 끌어내는 겁니다. 또 한국을 대하는 데 있어 강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장기 전략에서 보면 이번 핵실험은 북한을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는 하나의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올해 김정은 신년사를 보면 사실 핵문제 언급이 없고, 특히 경제와 핵을 함께 발전시킨다는 병진노선에 관해서도 언급이 전혀 없었어요. 그러고도 이번에 전격 핵실험을 단행한 것은 하나의 연막전술이라고 봐야 할까요?

이성윤: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워낙 연막술에 능하기 때문이죠. 북한은 과거 이런 큰 도발을 벌이기 전에 늘 그래왔습니다. 예를 들어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전에도 북한은 남한에 대해 군사회담을 하자고 했고, 그 해 11월 연평도 해전 직전에도 금강산 관광재개 협상을 하자는 식으로 나왔습니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늘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구절이 있는데, 북한 입장에서 보면 그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이런 도발을 한 번씩 해야 합니다. 결국 북한에게 남북관계 개선이란 도발을 해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두려워하면서 북한의 곤란한 처지를 해소시키는 게 북한 입장에선 ‘좋은 관계’입니다. 결국 도발을 해서 보상을 받는 북한의 행동 유형은 지난 25년 이상 이뤄진 대북 핵 협상이 초래한 결과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은 지금까지 3차례 핵실험을 해서 그때마다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핵실험을 하면 더 강력한 제재가 뒤따를 것이 확실한데 그래도 실험을 강행한 까닭은 뭘까요?

이성윤: 유엔제재가 물론 도움이 되긴 합니다. 그러나 유엔제재로 북한이 타격을 받긴 했지만 그다지 큰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중국 때문입니다. 중국은 북한 핵실험에 맞서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가할 때마다 동참은 하지만 뒤로는 북한에 대한 물적 지원을 대폭 증가시켰습니다. 2006년 이후 2007년 한 해 북한에 준 식량, 비료, 중유 등 물적 지원이 전보다 증가했고,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이 말로는 비판했지만 뒤론 많이 챙겨줬습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은 우방이라 할 중국에조차 4차 핵실험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요?

이성윤: 최초 핵실험은 상징성이 크니 불과 몇 시간 전에 중국에 통보를 했고, 2, 3차 핵실험 전에도 중국에 사전 귀띔을 해줬다고 합니다. 이젠 북한이 4번 핵실험을 했고, 실질적으로 핵보유국인 상황에서 중국의 눈치를 좀 덜 봐도 안전하다는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은 중국이 유엔 차원에 새 제재에 동참해도 과거처럼 100% 동참하진 않을 것이란 확신도 작용했겠죠?

이성윤: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중국이 제일 유엔제재를 위반하는 대표적인 예이지만 한국도 유엔 제재에 동참하면서 개성공단을 통해 매년 1억 달러 상당의 현금지원을 하지 않습니까? 사실 이런 것도 큰 문제입니다. 국제사회가 단합이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제재는 통과시켜 놓고 실천은 안 합니다. 미국도 그렇고, 일본, 유럽연합도 마찬가집니다. 이를테면 유엔제재에 따라 북한에 사치품 수출이 금지돼 있지만 유럽연합 국가들은 마식령 스키장에 필요한 스키 장비며 벤츠 등 고급 승용차 등을 지난 수 년간 계속 수출해왔습니다. 중국이 가장 대표적인 제재 위반국이긴 해도 국제사회가 좀 더 단합을 해서 이번엔 정말 강도가 센 제재를 내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정말 실효성이 있는 대북 제재가 나오려면 어떤 게 필요합니까?

이성윤: 효과적으로 제재를 이행하려면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제재안이 나와야 합니다. 새로운 안에는 북한의 무역, 해상 아니면 비행기를 통해 수출하는 상품과 관련 유엔 제재품목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고 조사하는 규정을 둬서 충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또한 유엔 회원국들이 자국 내에서 자국의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는 기관이나 개인에 대해 최소한 기록을 남겨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제재는 유엔회원국들이 대북제재는 동참하되 북한과 거래하고 사치품도 팔고, 단속도 안 하면 북한이 이런 제재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요.

기자: 한국 정부의 반응도 격앙돼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강력한 제재로 상응한 대가를 치루도록 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지시했는데요. 올해 남북관계 개선도 물 건너 갔다고 봐야죠?

이성윤: 아직 359일 정도는 남아 있으니 좀 더 두고 봐야죠. 과거에도 북한은 3개월 정도 냉각기를 거친 뒤 어느 날 갑자기 양보를 하는 듯 협상하자는 식으로 나왔고, 남한은 항상 협상에 임했습니다. 이번 핵실험 발표가 나온 뒤 당장 남한이 실행했어야 하는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재개입니다. 작년 8월 25일 남북합의 공동보도문에 나온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북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이번 사태 뒤 남한은 당장 확성기 방송 재개를 통해 단호한 의지를 보였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말로만 강력한 제재를 하고 미국과 유엔과 대책을 모색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최소 그 정도 대응을 보였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