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른바 '2.29미북합의'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국제원자력기구는 더 이상 북한과 사찰단 파견 문제를 논의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17일 북한 외무성의 발표로 더 이상 북한 측과 핵시설 사찰 관련 협의를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길 튜더(Gill Tudor) 대변인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측의 발표를 알고 있다면서 미북 간 '2.29합의'에 더 이상 구속받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할 때, 국제원자력기구는 대표단을 북한에 보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
Tudor
) The IAEA is aware of the announcement by the Foreign Ministry of the DPRK. Given this announcement, we think it is not likely that the Agency will dispatch a delegation to the DPRK in response to its invitation of 16 March 2012.
북한은 이른바 ‘2.29미북합의’를 통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유예하고 영변 우라늄 농축 핵시설의 가동을 임시로 중단하며 이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감시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영양식품 위주의 식량 24만 톤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서 3월 16일 국제원자력기구 측에 사찰단 방북과 관련한 기술적 사안 논의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 대표단을 북한에 초청한다는 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2.29미북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국제원자력기구도 더 이상 북한 측과 사찰단 관련 협의를 지속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기자설명회에서 최근 북한의 행태로 볼 때 이번 ‘2.29미북합의’ 파기 발표는 놀라운 일이 아니라면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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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er
) In the past there's been a pattern of bad behavior...We can't preclude anything at this point.
불투명한 북한 정권이 3차 핵실험에 나설 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2006년과 2009년 미사일 발사 시험에 이어 1, 2차 핵실험까지 함께 단행했던 북한이 이번에도 그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하게 규탄하고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의 의장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북한 당국은 17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이번 안보리 의장성명을 전면 배격하면서 북한의 평화적 우주 이용권리를 계속 행사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위성발사 권리를 유린하는 적대행위를 감행했지만 북한은 이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도 경제 발전에 필수적인 각종 실용위성을 계속 쏴 올릴 계획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 측이 노골적인 적대행위로 깨버린 2.29합의에 북한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며 이 합의에서 벗어나 필요한 대응조치를 마음대로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말해 핵실험을 유예하고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의 가동을 임시 중단한 후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겠다는 합의를 더 이상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무부의 토너 부대변인은 장거리 로켓 발사로 ‘2.29합의’를 먼저 위반한 것은 북한 측이며 이에 따라 미국은 대북 영양지원을 중단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한국 외교통상부의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 측과, 북한의 로켓 발사와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후속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17일 워싱턴을 방문했습니다.
토너 부대변인은 임 본부장이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토머스 컨트리먼 차관보 등 미국 관리들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