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가 북핵 협상을 재개하기에 앞서 북한은 우선 IAEA, 즉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이 기구 측은 12일 현재 북한 측이 사찰단 복귀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11일 로이터통신에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북한이 취할 중요한 초기 조치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단 복귀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n important early step in this is going to be the return of the IAEA.)
이 관리는 북한의 이른바 '나쁜 행동(bad behavior)'에 대북협상 재개와 같은 '보상(reward)'을 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된 회담에 충실히 임하겠다는 진정성을 먼저 보여야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 측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현재까지 사찰단 복귀 문제와 관련해 북한 측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IAEA) To date, the IAEA has not received any communication from the DPRK regarding the return of Agency inspectors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 사정에 밝은 오스트리아의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가 북한을 방문한 후 북한의 사찰단 복귀허용 의사를 전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원하는 바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기구 측으로서는 사찰단의 북한 복귀 문제를 논의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으로부터 사찰단을 초청한다는 요청을 받고 또 이 요청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이 기구는 사찰단을 북한에 파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북한이 지난해 말 공개한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핵무기 제조용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영변 핵시설에 복귀하도록 허락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 국무부 측은 북한이 진정으로 사찰단을 수용하길 원한다면 그 의사를 리처드슨 주지사가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에 직접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일본 정부는 북한이 밝힌 사찰단 수용 의사의 구체적 표현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영변에 '초대'하는 것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1회에 한정한 형식적 방문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낮게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이 말하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단 복귀와 미국과 한국, 일본이 원하는 사찰단 복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세 나라는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핵 활동이 중단된 이후 이를 검증하는 목적으로 사찰단이 북한에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북한은 우라늄 농축이 핵무기 개발용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받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한반도 전문가인 리언 시걸 박사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이외의 핵시설까지 공개하지 않는다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북한 복귀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만 일단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단의 복귀를 시작으로 북한과의 차후 협상을 통해 사찰단의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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