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은 방북한 미국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IAEA, 즉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요원을 다시 영변 핵시설에 복귀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그 진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6일부터 방북한 리처드슨 주지사는 20일 성명을 통해 북한 측이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요원이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에 접근하는 것을 용인하기로 자신과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Allowing IAEA monitors access to North Korea's uranium enrichment facility)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 일정을 동행 취재한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도 20일 리처드슨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북한 측은 최근 공개한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핵폭탄 제조용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영변 핵시설 단지에 돌아오도록 허락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 측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여전히 관련 보도 내용을 확인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구체적으로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측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사찰단 수용과 관련한 언급이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기구 측은 뜻만 있다면 북한은 얼마든지 국제원자력기구와 접촉할 창구가 있다고 말해 확답은 피했지만 아직 북한 측과 공식적인 접촉이 없었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에 정통한 오스트리아의 외교 소식통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단이 지금은 영변 핵시설을 감시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북한 측이 왜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겠다는 것인지 그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NPT, 즉 핵무기전파방지조약을 일방적으로 탈퇴했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가 그 조약상의 감시 활동을 하기 위해 북한에 복귀하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고 6자회담의 합의사항도 이제 더 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영변 핵시설에서 할 역할(role)이 명확치 않다는 설명입니다.
더구나 북한 측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단순히 감시하라는 것이지 이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는 게 이 소식통의 지적입니다.
이 소식통은 또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요원이 실제 북한에 복귀한다 해도 이를 위해서는 35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이 기구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기로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도 20일 이는 북한의 긍정적인 조치가 될 수 있지만 아직 북한의 진의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미국은 과거 북한이 지속적으로 약속을 어기는 사례를 목격해왔다면서 미국의 대응은 북한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rowley:
We've seen a string of broken promises by North Korea going back many, many years... We'll be guided by what North Korea does, not by what North Korea says it might do under certain circumstances.
한국의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도 20일 북한의 사찰단 허용 보도와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평가하기 이르다”면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받아들이더라도 사찰단의 범위나 어떤 의도를 갖고 언급했는지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 관리도 이날 연합뉴스에 “만일 핵개발이 진행되고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이 이뤄진다면 이것은 오히려 북한의 핵 활동을 외부에 알려주는 앰플리파이어(amplifier), 즉 증폭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한 것은 영변 우라늄 농축공장을 비롯한 핵시설을 외부 세계에 과시하려는 선전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리처드슨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북한 측은 미사용 핵 연료봉(fresh-fuel rods)을 한국을 비롯한 제3국에 판매하는 협상에 나선다는 것과 분쟁지역 감시를 위한 남북한과 미국의 군사위원회 구축, 또 남북 간 군사 핫라인, 즉 직통 통신망 구축을 논의한다는 데도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20일 미국의 뉴스전문 방송 CNN과 회견에서 북한이 한국의 연평도 포격 훈련에 반격하지 않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북한은 매우 부정적인 행동을 보인 끝에 이제 다시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