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상전’에 간부층 불안 확산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장성택 여독'을 뿌리 빼고 유일지배체제를 다지기 위한 사상전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습니다. 자기에게 충성하지 않는 사람은 필요 없다고 공언한 만큼 간부들 속에서도 내부 불안이 증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장성택 여독을 뿌리 빼고 유일지배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사상전에 양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김 제1비서는 지난 25일 평양에서 진행된 제8차 사상일꾼대회에서 1만4천447자에 달하는 장문의 연설문을 직접 낭독하고 '현대판 종파'를 뿌리 빼고 '사상전'을 공세적으로 벌이라고 지시했습니다.

김 제1비서는 지난 기간 선전부문에서 형식주의가 나타난 결과 현대판 종파가 싹트고 뿌리내리게 됐다고 강하게 질타하고 유일영도체제 확립, 자력갱생 혁명정신 발양, 자본주의 독소 뿌리빼기 등을 3대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대회가 "전례 없는 규모로 소집되었다"고 비장함을 밝힌 것도 김정은 유일지배체제가 완성되지 못한 시기에 장성택 사건과 같은 특대형 사건이 발생한 만큼 다급함이 엿보인다는 지적입니다.

김 제1비서는 이번 대회에서 노동자, 농민, 청년 등 근로단체 조직을 총괄하는 당의 선전기능을 복원시켜 흐트러진 사회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간부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분파주의 요소, 불경죄 등이 주요 타격대상이 되고, 주민들 속에서 불법영상물 시청과 자본주의요소 등이 주요 처벌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권력층 사정에 밝은 함경북도 지방의 한 주민은 "김정은이 얼마 전에 '간부들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충성심이 없으면 필요 없다'는 서한을 각 지방당 조직부에 내려 보내 간부대열을 전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간부사업권(인사권)을 틀어쥔 당 조직부에서는 개별적인 간부들의 문건을 작성해 중앙당에 올려 보내는 일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국가주택을 자녀들에게 빼돌렸던 간부들과 충성의 선서모임에 지각했던 간부들, 김정일 생일에 술을 마시고 추태를 부렸던 간부들도 검열선상에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정일 시대에 잘 나가던 최고인민대의원이고 군 간부라고 해서 이번 검열에서는 용서가 없다"면서 "당 조직부에 잘 보이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살벌한 분위기임을 시사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선동선동을 책임진 사상부문 간부들의 역할을 강력 주문하는 것과 동시에 당조직부를 통한 간부대열 정리에 전면 돌입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미 여러 지방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과 고위 간부들이 상당수 교체되었고, 젊은 간부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재를 털어 충성물자 마련과 정성자금 바치기 등에 줄을 섰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또 김정은에 대한 충성경쟁이 가열되면서 간부들 속에서는 '내가 살기 위해서는 너를 잡아야 한다'는 방어심리가 팽배해져 저마다 흠집파기에 동원되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미국 동부에 정착한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김정일 정권이 바뀌던 때도 정춘실, 백설희, 장성옥 등 김일성 시대에 잘 나가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이 불경죄에 걸려 숙청됐다"면서 "이번 최고인민회의 선거에서도 상당히 많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