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김정일 사망 직후 '특이 동향' 첩보를 입수해 조사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근 관련 자료를 입수한 남측 민간 단체 '조선개혁개방위원회'는 "당시 북한에서 반체제 활동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상당한 동요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9일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 인근의 한 교도(예비군)사단 산하 부대가 김정일 사망 직후인 지난 2011년 12월 22일 ‘불순한 여론 출처’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개혁과 개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남측 민간단체인 ‘조선개혁개방위원회’가 최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남포교도사단 산하 포병연대 보위부는 김정일 애도 기간에 특이동향과 관련한 조사를 벌였습니다.
지난 2012년 2월 작성된 이 자료에는 “포병연대 보위부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저녁 주변에서 제기된 ‘불순한 여론출처’를 밝히기 위해 사회보안기관들과 연계 밑에 료해사업을 진행했다”고 적혀있습니다. 이 조사가 어떻게 진행됐고, 또 어떻게 마무리됐는지는 기록돼 있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자료에 언급된 ‘불순한 여론’이 “당시 일어났던 사회적 동요를 나타낸 표현”이라고 분석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료에 언급된 '불순한 여론'이란) 김정일 사망에 대한 소문이나 민중봉기와 관련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체제는 내부적으로 반체제 흐름이 미묘하게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체제가 상당 부분 와해돼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해당 자료에는 “애도 기간에 군부대 지휘부 안에서 비정상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언급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북한 김씨 일가를 동상, 초상 등으로 우상화한 이른바 ‘위대성 선전물’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위대성 선전물’에 위해를 가하려는 움직임은 2013년에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3년에 작성된 남포교도사단 내부 자료에는 “불순 적대 분자들의 파괴 암해 책동으로부터 선전물들을 보위하기 위한 대책을 세웠다”면서 “백두산절세위인들의 동상과 미술 영상작품, 연구실에 대한 경비근무를 책임 있는 성원으로 조직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씨 일가를 우상화한 동상, 미술작품, 출판물 등을 훼손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에 속합니다. “우상화물에 대한 위해 정황이 포착된 것은 그만큼 북한의 동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설명합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사망 직후 북한 내부에 상당한 동요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발생한 내부 동요 때문에 공포정치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