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노동신문이 불길 속에서 구호나무를 구하다가 사망한 두 보안원을 불굴의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충성 교양자료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노동신문 1일자는 한 개 지면을 전체 할애해 불길 속에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와 구호나무를 지키다가 사망한 보안원 두 명을 소개했습니다.
올해 48세의 윤광남과 21세로 알려진 리선일은 지난 4월 26일 오후 2시경 함경남도 단천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방재 작업에 동원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4월 26일과 27일 함경남도 리원과 홍원, 단천 일대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연기가 일본까지 뒤덮었다고 보도한바 있지만, 북한 관영매체가 당시 피해 상황을 소개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당시 산불은 검은 연기가 하늘을 꽉 뒤덮고, 사나운 불길이 비행기 동음과도 같이 소나무 우듬지(나뭇가지 위)를 타고 넘으며 불덩어리들이 사방에 떨어져 내리는 등 상황이 긴박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두 보안원과 동료들은 불길에 구호나무 글발이 탈세라 나무에 한 겹, 두 겹 진흙을 발랐고, 살점이 익고, 가스에 중독되어 소생하지 못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습니다.
구호나무는 일제강점기 항일빨치산들이 김일성 김정숙 등 김 씨 일가를 찬양하여 나무의 껍질을 벗겨내고 글을 새겨 넣었다는 유적물로, 1980년대 중반 북한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발굴 작업을 벌여 함경도는 물론 평양 중심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 30년 이상 살았던 미국 정착 탈북자는 구호나무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북한이 이번 화재 사건을 선전용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당조직부에서 최대로 충성심 그러다 보니까, 그 걸 내부적으로 조직적으로 강요한 것 같습니다. 찾으라는 것은 없는 것을 만들라는 소리나 같거든요.
그는 이 두 보안원이 구하다가 사망한 구호나무의 진위에 대해서도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탈북자: 그때 새겼던 나무들이 아직까지 어떻게 그렇게 생생하게 남아있는지 그때 나도 의심을 했지만, 한 두 개도 아니고 전국에 그렇게 많이 구호나무가 남아 있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지요.
북한은 1998년 함경북도 무산군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사건 때도 구호나무를 지키다가 타죽은 20여명의 군인들에 대해서도 '수령결사옹위 정신'으로 대대적으로 띄운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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