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상화 위해 역사유물도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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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여진족의 침입을 막기 위한 역사유적으로 잘 알려진 북한 양강도 혜산시 '괘궁정' 언덕이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물로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김일성 부자 동상 건설이 한창인 괘궁정 기슭에 모자이크 벽화까지 옮겨져 역사유적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혜산시에서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괘궁정’ 언덕. 선조들의 조국수호 의지를 잘 간직하고 있는 이 언덕은 1631년 여진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숱한 활을 걸어놓은 감시터가 지금도 있어 '괘궁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감시터’의 명칭인 ‘괘궁정’이 그대로 언덕의 이름으로 굳어졌는데 지난 1967년 당시 김일성 정권은 이 언덕마루에 높이 38.7미터, 길이 30.3미터의 거대한 기폭처럼 형상된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을 건설했습니다.

이어 ‘괘궁정’ 기슭에 ‘양강도 혁명사적관’까지 들어서 주민들의 역사문화 휴식공간이었던 ‘괘궁정’은 김일성의 혁명전통을 선전하는 거점으로 악용됐습니다. 이러한 ‘괘궁정’ 언덕이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더욱 훼손되고 있어 이제 그 역사적 가치를 완전히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29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7월 20일부터 닷새 동안에 걸쳐 혜명동에 있던 김일성, 김정일 모자이크 벽화를 ‘괘궁정’ 기슭에 옮겨 놓았다”며 “모자이크 벽화를 옮기기 위해 수많은 주민들이 동원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모자이크 벽화가 옮겨진 장소는 ‘괘궁정’ 기슭에 건설 중이던 ‘율동영화관’ 자리라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인민의 문화생활 향상을 위해 짓는다던 ‘율동영화관’을 허물고 그곳에 김정은 일가의 우상화물을 세워놓았다는 얘기입니다.

더욱이 모자이크 벽화의 맞은편에는 노동당창건 70돌인 올해 10월 10일까지 완공한다는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이 건설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동상주변을 둘러 장식될 석축자재들은 이미 중국에서 모두 들여온 상태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30일 양강도의 한 대학생 소식통은 “김일성 김정일 동상 건설을 위해 일반 주민들은 내화(북한돈) 2만원, 초급당지도원 이상 간부들은 중국인민폐 1천위안씩 강제로 거두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주민들로부터 거둔 돈으로 동상건설에 필요한 인공석재들을 중국에서 모두 수입해 들였다는 건데 북한 당국은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건물과 동상 주변에선 주민들이 함부로 앉아 있거나 떠들 수도 없도록 규정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민족의 조국수호 의지가 담긴 역사를 자랑하던 ‘괘궁정’ 기슭은 이젠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 건축물들로 채워져 더는 주민들이 찾을 수 없는 ‘금지구역’이 돼버렸다”며 “아름답던 ‘괘궁정’의 모습도, 역사적 사실도 이젠 한갓 전설로만 남게 됐다”고 한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