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은 혼란한 한국의 대통령 탄핵 정국을 활용해 대북압박 수위를 낮추고 두 달 후 치뤄질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친북 성향을 보이는 진보세력의 집권을 도우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은 10일 이례적으로 2시간여 만에 신속히 한국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 소식을 전했습니다. 과연 북한은 혼란한 이번 탄핵 정국을 어떻게 활용할까?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제임스 쇼프 선임연구원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일단 이번 사태로 한국 정부의 대북압박 노력이 일부 제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북한은 이번 탄핵에 이어 오는 5월 치뤄질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이 정권을 잡도록, 즉 상대적으로 친북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은 진보세력이 집권하는 데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 노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제임스 쇼프 연구원 : 이번 탄핵이 북한에 주는 혜택은 남북관계에 대해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을 할 정치 집단의 집권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입니다.
쇼프 연구원은 따라서 이번 한국 대선에서 야당이 집권하는 데 유리하도록 북한이 당분간 대규모 도발을 자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윤선 선임연구원도 한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북한이 대규모 도발을 선거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윤선 연구원은 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북한이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 한국 대통령 탄핵 자체가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국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은 이미 수 개월 전부터 대두돼 왔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가 아니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신경쓰는 것은 탄핵 여부가 아니라 한국의 차기 정권을 누가 잡느냐는 것이란 게 윤선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쇼프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서 진보 진영이 집권한다 해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와 협상 가능성을 한국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는 점(as outlet of engagement option)에서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의 차기 정부가 진보 성향인지 보수 성향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의 절대 다수의 신임을 받는 한국 정부가 정통성을 가지고 트럼프 행정부와 제대로 대북정책 관련 협의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한편 미국 국방대학(NDU)의 제임스 프레스텁 박사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이번 탄핵을 계기로 한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선다해도 이를 활용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점점 고도화되는 현실에서 어떤 성향의 한국 정부라도 자국민의 안보를 소홀히 하면서 북한과 대화, 협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프레스텁 박사는 한국의 유력한 야당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해도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고 또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이어 한국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설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정책과 관련해 갈등을 빚을 것이란 전망에 자신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아무리 진보 성향의 정권이라도 가장 근본적인 사안은 역시 미국과 협력해 한국의 안보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로 귀결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