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의회, 무단 방북 이노키 의원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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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일본 참의원은 13일 열린 본회의에서 북한을 사전 허가 없이 무단으로 방문하고 돌아 온 유명 프로 레슬링 선수이자 일본 유신회 소속 참의원 의원인 안토니오 이노키 의원에 대한 징계 동의안을 가결시켰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일본 참의원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북한을 사전 허가 없이 무단으로 방문하고 돌아 온 전 프로 레슬링 선수 안토니오 이노키(70) 의원에 대한 징계 동의안을 다수결로 가결시켰습니다.

자민당을 비롯한 각 정당은 이날 이노키 의원에 대한 징계 동의안을 본회의에 제출하면서 “북한 방문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서 그가 신청한 방북을 승인하지 않았는데, 의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방북을 단행한 것은 참의원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돌출 행동”이라고 그의 이번 무단 방북을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이에 앞서 이노키 의원의 소속 정당인 ‘일본 유신회’도 지난 12일 그의 당원 자격을 50일간 정지시키고, 당의 직책인 ‘국회의원단 부 간사장’ 직을 올 연말까지 정지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전설적인 북한 출신의 프로 레슬링 선수 ‘리키도잔’ 즉 역도산(한국 이름 김신락)의 수제자이기도 한 이노키 의원은 지난 2일 북한에 들어가 평양에 일본 체육평화교류협회 연락 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합의하고, 평양 국제축구학교와 미림 승마구락부를 둘러봤습니다.

지난 6일에는 일본 체육대학의 마쓰나미 겐시로 이사장 등과 함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의 체육 사업을 총괄하는 국가 체육지도 위원장인 점을 감안할 때 이 자리에서 북일간의 체육 교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대북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일본 국민의 북한 도항을 자숙하라고 권장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의 참의원 의원이 국회의 승인도 받지 않고 북한을 방문하자 이노키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노키 의원은 “방북 중에 일북 간의 체육 교류 문제뿐 아니라 북한 당국자에게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촉구했다”고 주장하면서 “참의원 본회의에서 징벌 동의가 가결된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징벌 의원회가 결정하는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함경남도 홍원군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프로 레슬링 붐을 일으킨 불세출의 영웅 역도산의 뒷바라지에 힘입어 프로 레슬링 선수로 대성한 이노키 의원은 1994년9월 당시의 김용순 비서의 초청을 받아 북한을 처음 방문하여 역도산의 딸 김영숙과 만난 바 있습니다.

그 다음 해인 1995년에는 평양의 8만 관중 앞에서 프로 레슬링 경기를 벌이는 등 지금까지 27차례나 북한을 방문한 친북 성향의 인물입니다.

올 7월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유신회 소속으로 당선되어 정계에 복귀한 이노키 의원은 이전부터 “민간 교류를 통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일본 전문가들은 그의 무단 방북이 이번에 된 서리를 맞음에 따라 그가 추진하는 북일간의 체육 교류 활동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