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 전문가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한국으로 집단 탈북한 북한 종업원 문제에 관해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변창섭 기잡니다
질문: 최근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한국으로 집단 탈북한 뒤 북한당국이 이들이 납치됐다고 주장하면서 가족대면을 요구했는데요. 이런 북한 주장을 어떻게 봅니까?
답변: 북한이 주장하는 ‘납치’는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을 보면 어리석은 추리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집단탈북을 숨길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창피한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러한 웃기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 가지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상식과 달리 남한 당국자들은 사실상 탈북을 기획, 추진하지 않습니다. 물론 국정원을 비롯한 남한 정부는 국가 비밀을 아는 사람이나 힘이 많은 사람들의 탈북을 도와 줄 기회가 있으면 도와줍니다. 그러나 식당 종업원들은 가치가 있는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에 대해서 남한 당국자들이 탈북을 도와줄 수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것입니다.
질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집단 탈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까요?
답변: 가능성은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중국의 태도입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이번에 집단탈북을 사실상 도와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 종업원들이 바로 출국했을 때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북한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특별관심국가 대상입니다. 중국은 이런 탈북을 막기 위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이 정말 태도를 바꾼다면 집단 탈북이 더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질문: 말씀하신 대로 중국을 벗어나려면 중국 당국의 묵인없이는 불가능했을텐데요. 그런 점에서 중국이 취한 태도도 심상치 않습니까?
답변: 제가볼 때 중국은 분명히 이들의 집단 탈북준비를 사전에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말한 바와 같이 종업원 13명은 전부 다 합법적으로 여권을 가지고 출국했기 때문에 중국은 이 사건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여권을 가지고 있는 외국 사람이면 아무 때나, 어디로나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사건은 요즘에 많이 어려워진 중북관계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은 집단탈북을 묵인함으로써 북한 정부에게 경고를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앞으로 중국 국가 이익을 위협하는 핵개발 및 미사일 개발을 지속한다면 이와 같은 사건이 더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질문: 이번에 탈출한 종업원들은 모두 성분이 좋은 평양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탈북이 북한 엘리트 가족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도 클 것 같은데요?
답변: 이번 탈북으로 가족들은 문제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탈북한 종업원들에 대한 분노, 적대감도 있을 겁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그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북한에서도 의심을 갖게 되는 엘리트 계층 사람들도 더 많이 생길 것입니다. 즉 체제에 대한 의심, 북한 미래에 대한 의심이 많아 질 것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집중 인터뷰> 변창섭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