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리 골드 전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1일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이란에 이달 말까지 핵개발과 관련한 협상의 입장을 밝히라는 최종 기한(데드라인)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이달 말까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독일, 러시아 등 주요 6개국의 핵협상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더욱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입니다. 주요 6개국의 관리들은 이번 주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만나 이란의 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최근 '이란 핵무장의 부상'이라는 저서를 출간한 골드 전 대사는 이 때문에 이번 주가 '고도의 긴장이 요구되는 때(crunch time)'라면서, 만일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외교적인 포용정책을 추구하려거나 유럽국가의 압력에 의해 9월 최종 기한을 연장하게 되면 이란은 자국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보다 더 우려할 사항은 이란이 향후 북한의 흉내를 낼 가능성이라고 골드 전 대사는 강조했습니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 즉 IAEA의 제한적 감시를 받았던 북한이 자국의 핵시설에 부착한 IAEA의 봉인을 제거하고 사찰단원을 추방하고도 큰 문제 없이 지난 몇 년간 유유히 핵무기를 개발한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도리 골드: (And the second test of North Korea seemed to be more effective on May 25, 2009. They got away with it. Nobody did anything. Sure, there are sanctions here and there. They pulled it off. They became a nuclear weapon state...) 북한이 지난 5월에 강행한 2차 핵실험은 1차 핵실험보다 효과적이었다고 보입니다. 북한은 이렇게 두 번이나 핵실험을 해놓고도 큰 벌을 받지 않은 채 넘어갔습니다. 물론 약간의 제재가 가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긴 셈입니다. 결국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란이 북한의 전략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골드 전 대사는 북한과 이란 간 핵 개발 협력이 점증하고 있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취해야 할 적절한 대북 정책이 무엇이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명확한 답은 피한 채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추진하려는 소위 ‘협상을 통한 대북포용 정책’은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에서 이미 시도했다가 북한의 2차례 핵실험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역사의 경험에서 배워야 할 것이라고만 말했습니다.
골드 전 대사는 핵개발 외에 이란의 미사일 기술 개발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몇 해 전만해도 미사일 기술 분야에서 ‘제자’였던 이란은 ‘스승’인 북한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이제는 스승보다 뛰어난 기술을 개발했다는 겁니다. 이란이 지난 2월 로켓 발사에 성공했고, 지난 5월 고체추진 기관을 사용하는 사거리 2천km의 미사일 ‘세질2호’의 시험발사에 성공한 점이 그 구체적인 예라는 설명입니다.
골드 전 대사는 향후 이란과 관련한 포용정책이 실패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유일한 해결 방안은 러시아와 중국의 비협조로 별다른 효력이 없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신 미국과 유럽연합이 신속히 대이란 석유수출을 금지하는 강경책이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이란은 석유 매장량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는 자원대국이지만 각종 국제제재로 정제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전체 석유 소비량의 40%를 외국에서 수입해 충당하는 형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