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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뒤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최근 보도와 관련해,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핵 안보 관련 민간 연구소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10일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북한의 3차 핵실험이 곧 이뤄질 걸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소는 2010년 10월16일과 지난 1일 각각 촬영된 상업용 위성 사진을 토대로, 갱도 입구에 쌓인 토사더미가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갱도 입구의 흙더미 양이 그 동안 늘긴 했지만 핵실험 막바지 준비 단계인 갱도 되메우기를 위해서 다른 곳에서 옮겨 왔다기 보다는 지난 1년 5개월 여 동안 진행된 갱도 굴착 과정에서 나온 토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 연구소의 폴 브래넌 선임연구원은 위성 사진 분석 결과 문제의 갱도로 토사를 옮겨오기 위해 인근에서 흙 파기가 이뤄진 흔적이 없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폴 브래넌 선임연구원]
언론 보도대로라면, 한국 정보 당국의 판단은 갱도 입구의 흙이 (핵실험 때 발생하는 방사능 분출을 막기 위한) 되메우기 용으로 다른 곳에서 옮겨 왔고, 그래서 핵 실험이 임박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 1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는 갱도 인근의 다른 장소에서 흙 파기 작업이 이뤄진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지역처럼 산세가 험한 곳에서는 흙을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흙을 파서 가져오는 게 합리적이죠.
브래넌 연구원은 더 나아가 흙의 출처가 어디든 상관없이 갱도 입구에 쌓인 토사의 양이 늘었다는 점 만으로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폴 브래넌 선임연구원]
2010년의 경우에도 갱도 주변에서 굴착 작업과 토사 더미가 쌓인 점을 들어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추정이 나왔지만 실제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핵 실험과 관련해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위성사진 판독 결과 핵 실험이 임박했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 북한의 도발 유형을 볼 때 미사일 발사 뒤 핵 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정도입니다.
브래넌 연구원은 현재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을 통해 드러난 점은 핵실험 임박이 아니라 핵실험 준비를 위한 갱도 굴착 작업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다만 한국의 정보 당국이 상업용 위성 사진이 아니라 더 해상도가 더 정밀한 군사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다른 근거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한국 언론은 지난 8일 한국 정보 당국의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뒤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당시 한국 정보 당국은 그 근거로 지난 1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새로 굴착중인 갱도 입구에 되메우기 용도로 외부에서 반입된 토사의 양이 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