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행정부장이 최근 실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전했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권력구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노동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 2명에 대한 공개처형 사실이 최근 확인됐으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장성택은 지난달 6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농구 경기를 관람한 후 한 달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 부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확인된 게 없는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3일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 등에게 보고한 내용입니다.
국정원은 북측이 “11월 하순 당 행정부의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공개처형한 이후 장성택 소관 조직과 연계 인물들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장성택의 실각 사유와 관련해 국정원은 “아직 파악 중”이라고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중국 외교가에서는 장성택과 김정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이견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성택은 김정은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경제 특구 사업을 불안하게 생각해왔고, 또한 특구 사업에서 자신이 배제된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들었다”고 베이징에 있는 한 외교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현재 관심사는 장성택의 실각이 향후 김정은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상반됩니다.
우선, 김정은 권력 체계가 더욱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김정일 시대의 인물들을 이제 “자신의 사람”으로 대부분 교체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김정일 사망 당시 김정은 자신을 포함해 운구차를 이끌었던 8명의 핵심 인물 중 리영호를 비롯한 군부 인사 4명 전원이 지난 2년 사이 차례로 권력 무대에서 사라졌고, 이번에 장성택도 실각하면서, 이젠 김기남과 최태복 같은 고령의 당비서 두 명만 남은 상태입니다.
그 빈자리는 모두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을 포함한 “김정은의 사람”으로 메워졌다는 설명입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장성택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고요. 김정은은 지난 2년간 김정일의 그늘을 지우기 위해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를 해왔는데, 장성택을 기점으로 해서 김정은 유일지도체계를 형성하는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반면에 장성택의 실각으로 집권 2년차에 불과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는 그간 당 관료와 군부 관료의 충성 경쟁을 통해 유지됐는데, 그중 한 축이 무너진다면 나머지 한 축이 김정은의 권력마저 넘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이승렬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박사: 어느 한 축이 무너지고 다른 한 축이 권력을 다 장악하게 되면, 실질적으로는 김정은의 역할이 없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최룡해가 장성택을 실각시켰다면, 김정은 체제가 상당히 불안정해져서 급진적 전환으로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성택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장성택은 2004년에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다가 ‘권력욕에 의한 분파행위’를 이유로 중앙 무대에서 사라졌다가 2년 뒤 복귀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장성택은 당에서는 정치국 위원, 행정부장, 중앙군사위 위원 등의 직책을, 정부에서는 국방위 부위원장,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그리고 군부에서는 대장 직책을 각각 맡아 왔습니다.